채권 ‘전액 손실’된 CS사태로 투자수요 줄어
1년간 미발행한 롯데 이어 현대는 분할발행
“자본발행 의존하기보다 자산관리에 집중해야”

주요 카드사 신종자본증권 발행 현황
주요 카드사 신종자본증권 발행 현황

2023년 7월 19일 16:37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카드사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애를 먹고 있다. 유럽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리스크로 인해 자금조달 시장 여건이 급악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과 증권의 특징을 동시에 지녀 하이브리드 채권으로 불린다. 일반 채권과 달리 일정 부분 자본으로 인정되는 만큼 자본 적정성이나 레버리지 배율을 개선해 준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카드는 16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애초 예고한 3000억원에 비해 1400억원 모자란 규모다. 조달시장이 금리 등 여러 변수에 민감하다 보니 최근 상황을 고려해 분할 발행으로 방향을 튼 모양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콜옵션(조기 상환권)을 행사했다고 무조건 한번에 다 발행해야 하는 건 아니”라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향후 나머지도 차환 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일반 채권보다 만기가 긴 대신 금리가 더 높게 책정된다. 한번 책정된 금리가 통상 5년 동안 유지되다 보니 상황에 따라 이자 비용이 수백억원 더 소요될 수 있다. 금융사 입장에선 신종자본 발행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올초 유럽에서 터진 CS발 리스크가 국내 자금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스위스 금융당국이 CS가 보유한 23조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모두 상각 처리함에 따라 해당 채권자들은 전액 손실을 봤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의 한 종류지만, 발행기업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는 등 자본 건전성 등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극단적인 경우 위 사례처럼 상각 처리될 수 있다.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금 가버린 사건이다. 당시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CS 사태로 신종자본증권 발행 우려가 확대됐다"라며 "콜 시점이 도래해도 차환 발행이 어려운 만큼 이전보다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증가했다"라고 진단했다.

올해 계획대로 신종자본증권을 전액 발행한 카드사는 신한카드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CS 사태가 터지기 전인 올 2월 발행한 것으로, CS 사태 이후 예정대로 전액 발행에 성공한 카드사는 현재까지 없다.

롯데카드의 경우 지난해 8월 40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예고했지만 1년 가까이 발행되지 않고 있다. 레고랜드발 유동성 경색과 흥국생명발 콜옵션 미행사 등이 연달아 발생한 영향이다.

특히 앞서 은행 및 금융지주사가 발행했던 2조원가량의 신종자본증권이 올 하반기에 콜옵션이 도래한다는 걸 고려하면, 카드사들의 투자금 유치는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통상 리스크 차원에서 2금융권보단 1금융권에서 발행하는 자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의존하는 것은 여러 위험부담이 있다”라며 “레버리지 배율 개선을 위해서는 무리하게 영업자산을 늘리는 전략을 제한하는 등 부채 수준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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