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장기집권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물러난 전 금융지주 수장들이 퇴임 후에도 건재한 행보를 걷고 있다.

올 3월 신한금융지주에서 나온 조용병 전 회장은 금융권 최대 이익단체인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을 꿰차게 됐다.

은행연합회장은 은행권을 대표한다는 명예와 업무추진비를 포함해 8억원에 달하는 고연봉이 주어지는 등 조건이 좋아 정치권에서도 추천 후보가 들어올 정도로 인기가 높은 자리다.

조 전 회장과 비슷한 시기 수장직을 내려놓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은 나란히 우리은행 고문을 맡았다.

각각 2년 계약으로 손 전 회장은 연봉 4억원에 매달 업무추진비 1000만원, 이 전 행장은 연봉 2억8000만원에 매달 업무추진비 500만원이 책정됐고 여기에 사무실, 차량, 기사까지 지원받는다.

4연임으로 10년 가까이 회장을 지낸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고문으로 있다. 고문료는 월간으로 3000만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퇴임했지만, 소위 ‘이빨 빠진 호랑이’로 남지 않고 ‘금융계 대선배’라는 타이틀을 치켜들어 여전히 영향력 있는 자리에 군림해있는 이들이다.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더 아낌없이 전수하겠다는 명분 아래 정작 후임들은 묘한 분위기다.

새 리더가 힘을 맘껏 발휘하며 구성원의 화합과 단결을 끌어내기 위해선 전임 색깔을 지우고 자신만의 새판을 짜나가는 게 중요한데, 병풍 바로 뒤 무거운 존재감에 눈치가 보이는 모양새다.

은행권 한 고위급 관계자는 “자문 내용이 새로 나아가려는 방향과 다름에도 전관예우 차원에서 최대한 수용해야 하는 경우가 없다고 할 순 없다”고 짚었다.

그는 “마치 전임자의 건재로 비쳐 줄서기 문화와 파벌 등 구태의 연장선이 될까 우려스럽다”며 “경영진 권한 남용의 근간이 될 수 있는 장기집권 고리를 끊고자 용퇴한다던 이들이었는데,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지들 않나 보다”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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