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신용대출 잔액 1년 새 31.4조↓
“벤처도 사회적 책임 영역으로 봐야”

2023년 12월 5일 14: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생 금융’에 힘을 주는 당국과 은행이 중소벤처기업에는 건전성 관리 고삐만 단단히 죄는 모양새다.

신용도와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벤처기업에 기술력의 가치를 믿고 돈을 빌려주는 기술신용대출 시장 규모가 급격히 줄고 있다. 

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17개 특수·시중·지방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09조9660억원으로 1년 전(341조3529억원)보다 9.19%(31조3869억원) 줄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9조5940억원) △우리은행(-8조4742억원) △하나은행(-4조4453억원) △신한은행(-4조3349억원) △부산은행(-1조5106억원) 순으로 감소액이 컸다.

기술신용대출 규모가 작아진 건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로 벤처기업의 이자 비용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신용대출 준거금리인 은행채(AAA·무보증) 6개월물 금리(5개 평가사 평균)는 이날 기준 3.923%로 6개월 전(3.757%) 보다 0.166%포인트 뛰었다. 기술신용대출 금리는 일반 중소기업 대출 금리보단 낮지만,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기준금리 상승에 취약하다.

중소벤처기업들이 팍팍해진 자금 조달 여건에 신음하고 있음에도, 이들을 위한 금융 지원책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올해 대규모 이자수익을 거둔 은행권은 최근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확대 주문에 맞춰 대출 금리 인하 및 이자 환급·감면, 저금리 대환대출 확대 등 형태로 약 2조원 규모 지원책을 준비 중인데, 그 대상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으로 한정했다.

일각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만으론 지원 목표금액을 채우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오자 상생금융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유력한 추가 대상은 저소득 청년과 고령층으로 중소벤처기업은 또 논외였다.

금융당국은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오히려 높였다.

금융위는 기술신용대출의 부실 리스크를 줄이겠다며 기술신용평가(TCB) 기준을 높였다, 은행은 기술금융 대출 심사 시 코데이터(舊 한국기업데이터), 나이스평가정보, 이크레더블 등 기업신용평가(TCB)사 5개 기관이 매긴 TCB 보고서를 반영한다.

이에 지난해 8월부터 기존 차주 중 연장 불가 사례가 발생했고, 취급 가능한 대상기업 역시 줄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술신용대출은 기술의 미래 가치가 충분하지만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매출액이 기업에 큰 힘이 된다”며 “기술신용대출 공급을 줄이는 건 중소기업 성장 마중물을 끊는 것과 같다”고 짚었다.

이어 “당국과 은행권이 주도하는 ‘상생금융’이 소상공인에만 치중된 모습인데, 중소벤처기업도 금융 취약계층군에 속한다는 점에서 기술신용대출도 사회적 책임 영역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피해에서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고전을 지속하면서 올해 법인 파산 신청이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36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8% 급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있는 2013년 이후 최대치로, 파산 신청을 하는 기업 대부분은 중소기업이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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