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에 부실심사·집행오류 지적받아
은행 “당국 압박에 양적 확대에 치중”

금융위원회의 기술금융 부실 운용 행태가 수면으로 드러났다. 보여주기식 성과에만 치중해 은행의 상술을 외면하고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실시한 금융위 기관정기검사에서 기술금융의 부실심사, 실적평가 및 정책자금 집행 오류 등의 행태를 적발하고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운용되고 있다며 ‘주의’ 처분을 내렸다.

금융위는 지난 2014년 기술력이 우수하나 재무상태, 신용등급 등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출한도 증액, 금리 혜택을 주는 기술금융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의 기술력과 신용을 평가하는 기관을 선정·관리하며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실적을 연 2회 평가한다.

감사원은 기술금융 운영실태 분석 결과 기술·신용심사(이하 TCB)의 정확성과 공정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TCB 평가 3856건에 대한 표본 점검에서 49%(1890건)가 기술금융 인정대상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박사학위가 아닌 석사·전문의를 기술자격으로 인정하거나 도용된 학위·자격증을 인정한 사례도 드러났다.

금융위는 문제가 적발된 TCB 평가기관의 업무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감사원은 제재의 법적 근거가 없음을 짚었다.

은행에 대한 기술신용대출 실적평가도 허술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는 TCB 평가서가 첨부된 모든 대출을 기술금융통계에 포함한 뒤, 기술금융 실적이 2014년 대비 2022년에 건수는 59배, 대출잔액은 36배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재평가한 결과 대출잔액 중 69%(225조2000억원)는 TCB 평가서만 첨부됐을 뿐 기술금융과 무관한 일반대출이었고, 31%(100조7000억원)만 적합했다.

또 감사원이 재평가 결과를 토대로 최근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실적 순위를 산출해보니 당초 1, 2위였던 은행이 4, 5위로 하락하고 당초 3위였던 은행이 1위로 상승하는 등 변동이 컸다.

금융위는 은행별 순위에 따라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 출연금을 가감해준다. 기술금융의 취지를 살려 제도를 운용한 은행은 불이익을 받고, 양적 확대에 치중한 은행은 혜택을 받는 결과를 초래한 거다.

은행은 매년 2회 공시되는 기술신용대출 성적에 따라 온렌딩(중소·중견기업 지원 정책금융) 한도와 신용·기술보증기금 출연료 절감 인센티브를 차별받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와 패널티가 주어지는 만큼 금융위 평가 방식에 맞춰 일부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내주는 부작용이 일고 있다”며 “기술신용대출의 질적 성장을 위해선 은행이 양적인 실적에 매달리지 않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짚었다.

금융위는 이번 감사 결과를 수용해 TCB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평가기관에 대해 영업정지 등이 가능하도록 신용정보법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술금융의 신뢰성을 높이고, 제도가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 시스템을 개선하고 철저히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2022년 11월 343조원에서 2023년 3월 329조원으로 줄었다가 △2023년 7월 306조3000억원 △2023년 11월 310조3000억원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집행 건수는 지난 2022년 11월 88만4378건에서 △2023년 3월 83만1425건 △2023년 7월 74만4744건 △2023년 11월 74만17건으로 지속 감소 중이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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