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ELS’ OB 위험 피해
글로벌 공략점으로 바운스 샷

2024년 3월 17일 14: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여파로 금융산업이 성장정체기에 접어들었다. 현재 금융지주 수장은 ‘핸디캡 1번 홀’을 마주한 골퍼와 같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스윙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경기 효율을 높여 1타라도 줄일 수도, 위기를 기회로 뒤집을 수도 있다. 금융수장들에 닥친 난제를 어떤 공략법을 구사해나갈지 해설위원의 시선으로 따라가 본다. 


미스샷을 성장 기회로


20여 년간의 은행 영업점 근무와 그룹 내 주요 부서장 및 임원, 계열사 대표 등 요직을 거치며 현장감과 기획력을 겸비한 ‘전략통’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의 눈앞에 쭉쭉 뻗어 나갈 수 있는 파5 롱홀이 펼쳐졌다.

다만 페어웨이 폭이 매우 좁아 공략지점을 찾기가 까다로워 보인다. 왼쪽엔 상생 금융 실천, 오른쪽엔 주가연계증권(ELS) 후폭풍으로 드넓게 형성된 OB 구역이 퍽 난감한 코스다.

취임하자마자 고난도 트레이닝을 소화해 낸 양 회장은 의기충천한 모습이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전년(4조1530억원)보다 11.5% 늘어난 4조6320억원(지배기업지분순이익 기준)을 거뒀다.

대출 연체율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대에 따른 선제적 대손충당금 전입과 정부의 상생 금융 주문에 대규모 민생금융 비용을 투입한 상황에서 이뤄낸 것으로, 4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실적 성장에 성공했다.

양 회장은 올해도 사상 최대실적 갱신 행보를 잇기 위해 과거 미스샷이 발생했던 사업을 보완하는 작업에 매진하는 전략을 세웠다.

일단 홍콩증시 폭락에 따른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로 인해 은행권에 번진 고위험 상품 불완전판매 이슈를 잘 매듭짓는 어드레스 자세를 취했다.

KB국민은행의 H지수 연계 ELS 판매 잔액은 7조8000억원으로, 신한·하나·농협·우리 등 4곳을 합친 금액(6조64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은 상황이다.

KB금융그룹은 상품과 서비스 판매 원칙을 고객 중심으로 재정립하기로 했다. ‘대고객 상품판매 철학·원칙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하고 은행 소비자보호그룹 산하에 ‘투자상품관리부’를 신설했다.

아울러 고객 자산 보호 체계를 공고히 하는 차원에서 지주와 자회사에 리스크 관리 미션을 명확히 부여했으며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준법지원부의 소비자보호 기능도 한 층 강화했다.

양 회장은 그간 KB금융그룹의 약점으로 꼽혔던 글로벌 사업에도 강력한 스윙 테크닉을 선보일 방침이다.

올해 첫 조직개편에서 글로벌 부문을 지주 전담조직으로 전환하고, 조직도상 최상단에 배치함으로써 KB금융의 전략적 목표 우선순위임을 명확히 했다.

현재 한 자릿수에 머무는 KB금융 글로벌 사업의 순이익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3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바운스 샷을 쏠 공략지점으론 KB국민은행의 캄보디아 자회사 ‘KB프라삭은행’을 주목하고 있다.

KB프라삭은행은 지난 2020년 인수 이후 연간 1000억~20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올리며 타 해외법인의 손실을 메우는 그룹 내 효자로 평가받는 곳이다.

양 회장은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으로 지난달 23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KB프라삭은행의 현지 통합 상업은행 출범식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힘을 싣는 중이다.

영국의 골프 작가 P.G 우드하우스는 ‘골프의 장점은 미스샷으로만 반성과 겸손을 일깨워 주는 데 있다’고 했다. 실수도 경험이며, 경험은 쌓이면 곧 실력이 된다.

양 회장도 KB금융의 미스샷 잔흔을 리딩금융그룹 타이틀을 유지할 에너지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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