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종금 시너지 낼 증권사 에이밍
동일 전략 플레이어 피하기가 관건

2024년 3월 19일 14: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여파로 금융산업이 성장정체기에 접어들었다. 현재 금융지주 수장은 ‘핸디캡 1번 홀’을 마주한 골퍼와 같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스윙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경기 효율을 높여 1타라도 줄일 수도, 위기를 기회로 뒤집을 수도 있다. 금융수장들에 닥친 난제를 어떤 공략법을 구사해나갈지 해설위원의 시선으로 따라가 본다. 


신중한 M&A 임팩트


그린이 물에 둘러싸인 아일랜드홀은 골퍼들이 경계하는 코스 중 하나다. 조금만 빗맞아도 공이 해저드에 빠져 벌타 받기 일쑤다.

현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한 외부·관료 출신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아일랜드홀을 마주했다. 심지어 은행 이자이익 중심의 큰 오르막 경사면 정점에 핀이 위치한 고난도 그린이다.

우리금융그룹은 보험, 증권 계열사가 없는 특성상 은행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순이익으로 2조5167억원을 거뒀는데, 이 중 우리은행의 비중은 99.9%에 달했다. KB, 신한 등 다른 금융그룹의 은행 순이익 비중이 60%대임을 고려하면 격차가 매우 크다.

티잉 구역에 선 임 회장은 비은행 자회사 인수합병(M&A) 방향으로 에이밍을 잡았다. 최우선 목표 지점은 우리종합금융과 시너지를 높일 증권사다.

우리금융그룹은 우리종합금융을 통해 증권업 대부분을 영위하는데, 증권사 투자매매업·투자중개업 라이선스가 필요한 핵심 사업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영업을 못 하고 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임 회장은 우리종합금융을 증권사로 전환해 라이선스를 신규 취득하는 것보다, 증권사를 인수해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하는 지름길을 택했다.

다급한 플레이엔 미스샷이 따른다. 욕심을 절제한 간결한 스윙으로 임팩트의 정확성을 높이는 신중함이 필요한 순간이다.

임 회장도 당초 우리종합금융 덩치를 메이저급으로 올릴 중·대형 증권사를 M&A 후보에 염두에 뒀으나, 기업가치 대비 가격 측면에서 합리적인 소형사 인수로 다시금 노선을 틀었다.

M&A 난도가 높지 않은 소형 증권사로 증권업 라이선스를 손쉽게 확보하고, 부족한 외형을 우리종합금융으로 보완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12월 5000억원 규모의 우리종합금융 유상증자로 M&A 실탄을 마련한 우리금융그룹은 일단 한국포스증권 인수전에 샷을 날릴 계획이다.

포스증권은 자본총계 500억원을 웃도는 소형사로, 투자매매업과 투자중개업, 신탁업(IRP)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증권금융이 지분 51%를 소유하고 있다.

임 회장과 동일한 플레이를 노리는 경쟁자가 많은 게 관건이다. 먼저 플레이한 선수가 친 샷으로 라이가 변경돼 볼을 다시 놔야 하거나, 가격 거품에 볼이 미끄러져 그린 주변 벙커로 빠지는 불상사가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은 지난 2014년 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를 성공시킨 바 있다”며 “이번에 추진하는 비은행 M&A에서도 그간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해 그룹의 사업구조를 다각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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