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가 앞 다퉈 자사주 소각 공시를 발표하며 주가 부양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현금배당처럼 즉각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5일 메리츠금융지주는 약 870만주의 보통주를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체 보통 주식의 4%가 넘는 물량으로 금액으로는 4000억원에 이른다. 

4대 지주(KB금융,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도 올해 도합 9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을 공시(표 참고)했다.

증권사도 적극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22일 공시를 통해 매년 보통주 최소 1500만주, 우선주 100만주 이상을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소각하는 자사주 규모는 822억원이다.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도 올해 각각 500억원, 21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 주식 수를 줄여 1주당 가치를 높임으로써 주주 이익 확대를 목표로 이뤄진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경우 기업 가치는 달라지지 않지만, 전체 주식 수가 줄면서 주당 가치는 높아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주가 부양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지난 18일 발표된 하이투자증권 리서치 보고서에서 이상헌 연구원은 “낙후된 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사주 소각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자사주 소각이 단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입장에서 자사주 소각은 표면적으로 체감되지 않는다”며 “이에 반해 배당금은 계좌에 직접 들어오는 현금이라 체감이 상당해 단기적으로 주가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자사주 소각의 경우 중장기적 계획을 공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사주 소각 후 시장에서 가치평가가 이뤄지는데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보다는 중장기적 측면에서 주가 상승에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과도한 자사주 매입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자사주 소각을 위해 매입을 진행하는 경우, 회계상 유통 주식 수에서 제외되므로 자본이 감소해 장기적으로는 성장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회사의 이익과 자본구조를 확인해 보고 자사주 매입이 과도하지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 관련 전문가 간담회에서 기업의 주주환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배당소득세, 법인세 경감 등의 방안을 논의했다. 

기재부는 배당을 늘린 기업의 주주에 대해서는 분리과세 등을 추진해 배당소득세 부담을 줄이고 주주환원 증가액의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법인세 부담을 완화해 주기로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현재 준비 중인 밸류업 가이드라인은 최대한 일정을 당겨 다음 달 중 추가세미나 등을 통해 오는 5월 초에 조속히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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