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리티 스타트' 최현만 퇴진
해외 확장·국내 WM 투트랙 공략

2024년 3월 24일 14: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각 증권사 선발투수(CEO)는 '고금리'라는 괴물타자를 상대해야 했다. 고금리는 '외국인 증시 이탈'이란 단타와 'PF'라는 장타를 휘두르곤 했다.

구단은 마운드에 올라설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어떤 구원투수가 고금리의 맹타를 막아 낼지 살펴본다.


'야구는 투수 싸움'이란 말은 진부하지만 여전히 진실에 가깝다. 선발 → 중간 계투 → 마무리 투수로 이어지는 마운드 분업은 여전한 상식이다.

미래에셋증권에는 최현만이란 선발 투수가 오랫동안 건재함을 자랑했다. 지난 1999년 초대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이래, 2021년 업계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출신 회장직에 오른 최 전 회장이다.

그 사이 회사는 자기자본 10조원에 달하는 1위 증권사로 도약했다. 단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창업 공신이어서가 아니라, 남다른 전문성·노련한 경험에 기반한 볼 배합으로 이룬 결과였다. 손색없는 '퀄리티 스타트'였다.

감독인 박 회장은 인간적 번민과 아쉬움을 뒤로 한다며 투수 교체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고금리 장기화 시대, 멀게는 100년까지 성장 동력을 견고히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박 회장의 불펜 운용은 김미섭·허선호 부회장 각자대표 체제로 가시화됐다. 작년 10월 미래에셋증권은 김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허 부회장을 새 대표로 선임했다.

김·허 각자대표 체제 출범은 미래에셋의 과거·현재·미래를 모두 아우른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는 1998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한 뒤 줄곧 미래에셋 계열사에서만 일해 온 인물이다.

그는 2003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업계 최초로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할 당시, 홍콩 법인 설립 실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김 대표는 이를 계기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확장을 도모하며 싱가포르·영국·브라질 법인장 등을 역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 세계 16개 나라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120조 규모의 해외 총 운용자산(AUM)을 굴리는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2018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당시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글로벌X' 인수에 성공하면서, 박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쌓았다.

2021년 김 대표는 미래에셋증권 글로벌사업담당이자 미래에셋그룹의 싱크탱크 조직인 혁신추진단 사장으로 부임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이 만든 글로벌 리더 양성 프로그램인 '글로벌 AMP' 멤버로 참여해 일찌감치 증권 새 대표 수업을 해 왔다.

글로벌 사업에 정통한 김 대표의 눈은 인도를 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취임 두 달 만에 인도 현지 증권사 쉐어칸(Sharekhan Limited)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도 10위권 증권사인 쉐어칸은 2000년 설립 이래, 현지 400개 지역 지점망을 갖추며 300만개 계좌를 지니고 있다.

현지 유일의 외국계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 법인은 인도 내 9위 운용사에 올라 있는데, 미래에셋증권은 자산운용과 더불어 시너지 창출을 지속한다는 복안이다.

최근 인도 법인 기준 리테일 고객 계좌수 100만개를 돌파한 미래에셋증권은 5년 안에 현지 5위권 증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그룹 내 최정상 글로벌 투자 전략가로, 홍콩에서 해외 비즈니스를 총괄하며 전반적인 전략 기획과 장기 성장 방안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허 대표는 국내 자산관리(WM) 부문을 공략할 인물이다.

1995년 조흥증권(현 메리츠증권에 흡수)을 통해 업계에 입문한 허 대표는 대우증권 금융상품법인영업부장, 미래에셋증권 WM사업부 대표를 거쳐 증권 대표에 선임됐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허 대표 선임 배경으로 WM 사업 혁신을 이끈 점을 언급했다. 허 대표가 해당 사업부 대표로서 자산관리 비즈니스 성장과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두루 성취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설명은 실적으로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지난 2017년 말 10조원가량이었던 연금자산 규모는 작년 말 33조원을 넘어섰다.

해외 주식 잔고와 고객 예탁 자산은 각각 23조7000억원·412조1000억원 등으로 업계 독보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이달에는 업계 처음으로 개인연금 적립금 10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는 금융권 최초로 연간 1조원 규모의 개인투자용 국채를 단독 판매할 예정이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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