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서 벗어나지 못한 탁상공론
“미흡한 과거 방식 안주하면 도태”

2022년 12월 5일 15:3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편집자주> 불완전판매, 횡령, 이상 외환거래 등 각종 사고에 무방비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가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 2014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후속 조치로 칼을 크게 댔던 이후 8년 만의 재수술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가 스스로 효과적인 내부통제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중이다. 그동안 수립했던 대책은 사고 방지에 어떤 부족함이 있었던 건지, 다시 헛발을 내딛는 건 아닐지 들여다봤다.

소비자 주권을 위협하고 시장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이를 예방하고 위법행위자를 제재·처벌하는 ‘내부통제 제도’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내부통제란 기업이 장래 발생 가능한 위험을 줄이는 등 목표 달성을 위해 임직원의 업무처리 및 행위와 관련해 스스로 마련하고 준수해야 하는 각종 기준과 절차를 뜻한다.

국내은행들은 준법 감시, 내부감사 등 방식으로 사전적·사후적 내부통제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나 회사별로 수준과 범위엔 차이가 있다.

내부통제를 비용이나 불편한 절차로 인식하는 경우 법규상 의무를 충족하기 위한 최소한의 외양만 구축하거나 금융사고 예방 등 본래 취지를 생각하지 않고 피상적으로 운영하는 게 현실이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관련 업계 전문가들을 모아 금융회사가 내부통제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에선 내부통제 실패로 인한 금융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걸 목표로 내부통제의 운영실태와 규율 및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지, 실효성 확보방안 등을 검토하고 논의한다.

 


일 터지면 그때만 반짝 관리


가장 먼저 주안점이 된 건 그동안 내부통제 제도가 사고 방지에 얼마나 효과적이었는가다.

현행 규율체계는 지난 2014년 금융당국이 마련한 ‘금융사고 근절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방안’을 기반으로 한다.

당시 은행·카드사 정보유출, 해외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등 기초적인 내부통제 시스템 미작동으로 인한 일련의 금융사고가 터졌고, 당국은 그때도 TF(이하 2014년 TF)를 구성해 제도 강화를 시행한 바 있다.

이 무렵 추진된 게 명령휴가제와 순환근무제, 내부고발자 제도 활성화다.

이전까지 피감 기관에 대한 금감원의 권고로 운영됐던 것들인데 예외 허용비율이 높고, 미시행하더라도 뚜렷한 불이익이 없어 금융사고 방지 인프라로써 제 역할을 못 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2014년 TF에선 금융회사 운영실태 적정성 평가항목에 금융사고 예방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해당 제도를 의무화하는 법령 근거를 마련했다.

또 매년 상시 검사를 실시, 운영실적 및 적용이 배제되는 예외 승인 직원 기준을 확인하고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제재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당 제도들은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허울뿐인 모습이다. 제대로 운영해야 할 법령은 생겼지만 이를 준수하도록 관리·감독할 방도가 뚜렷하지 않은 게 원인으로 꼽힌다.

금감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은행권 명령휴가 대상자는 전체 직원의 46.4% 수준인데, 이 중 강제 명령휴가 실시 비중은 29.8%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KB국민은행이 명령휴가제 부실 운영으로 제재를 받은 이후 금융당국 제재를 받은 은행은 한 곳도 없다. (본지 5월 3일자 ‘은행원 횡령 사고 이면엔…유명무실 ‘명령휴가제’ 보도)

지난해 기준 20개 은행 중 10개 은행에서 내부자 신고실적이 없었으며, 포상금을 지급한 실적은 1건에 불과했다. 내부고발 신고의무 위반에 대한 감사·징계 실적 역시 전무했다.


기존안 땜질 뿐…“구색 맞추기”


이에 이번 TF는 지난달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통해 다시 한번 내부통제 관련 제도의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선 명령휴가제 대상자를 확대하고 운영실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순환근무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직무분리 제도 역시 재정비해 사고 예방 효과를 키울 계획이다.

또 내부고발자 제도가 형식적 운영에 그치지 않도록 내부고발 익명성을 강화하는 한편, 고발의무 위반 시 조치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선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방침이라고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부통제 기능을 보다 견고하게 하는 각종 제도를 운용 중이나, 관행적인 동원이나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명령휴가제의 경우 갑자기 인력이 빠지면 업무에 지장이 불가피해 철저히 적용하는 게 쉽지 않고, 내부고발 역시 포상은 개선되고 있으나 사후 고발자 보호 제도가 아직 미흡해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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