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어요’ 안 통한다…사고 책임 강화
불분명한 제재 기준에 현장선 볼멘소리

2022년 12월 5일 15:3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편집자주> 불완전판매, 횡령, 이상 외환거래 등 각종 사고에 무방비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가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 2014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후속 조치로 칼을 크게 댔던 이후 8년 만의 재수술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가 스스로 효과적인 내부통제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중이다. 그동안 수립했던 대책은 사고 방지에 어떤 부족함이 있었던 건지, 다시 헛발을 내딛는 건 아닐지 들여다봤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의기투합해 지난 8월 출범한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선 불완전판매, 횡령 등 중대 금융사고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TF는 지난달 29일 중간논의 결과 발표를 통해 내부통제의 실효성 있는 작동을 담보하기 위해선 대표이사와 이사회 및 임원에 관련 책임을 엄격하고 철저하게 물을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최근 잇단 금융사고로 불법행위자 당사자에 대한 처벌·제재 외에도 회사와 경영진, 그리고 경영진에 대한 감시의무가 있는 이사회 등이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데 따른 조치다.

우선 TF에선 금융회사 경영진의 내부통제 운영에 있어 ‘권한’은 위임이 가능하지만, 위임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정립했다.

또 사고 발생 시 경영진이 ‘해당 사실을 알 수 없었다’가 아닌, ‘어떠한 방지 노력을 취했는지’를 적극적으로 소명하게 하고 소명이 충분치 못한 경우 제재하는 상식을 제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책임 강화’ 명분 뒤엔 ‘기강 잡기’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내부통제의 총괄책임자인 대표이사에게 가장 포괄적인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해 금융사고 발생 방지를 위해 적정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지난 2014년 당시 내부통제 제도 강화 TF에서 대표이사 및 감사가 금융사고 책임으로 대부분 경징계 처분만 받았던걸, 사내 위법·부당행위가 조직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엄정 제재하기로 개정한 것보다 한층 더 책임소재를 명확히 한 것이다.

아울러 내부통제는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이라는 인식하에, 업무영역별로 모든 임원이 관련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임원별 책무를 명확히 해나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임원들은 대표이사가 직접 담당하는 중대 금융사고 이외의 금융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책무를 부담하게 된다.

TF 관계자는 “이번 제도개선은 금융회사가 내부통제를 외부로부터 주어진 규제가 아닌, 경영전략이자 조직무화로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능력과 성과뿐 아니라 정직성, 청렴성, 평판이 좋은 임원이 성공하는 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부통제 책임 소재와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금융회사 지배구조상 견제와 균형의 원리도 원활하게 작동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임원 간 내부통제 권한과 책임이 명확해지는 만큼,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기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표이사와 임원진에 대한 내부통제 부실 제재 강도를 높이는 게 금융사고의 근본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는가를 두고선 논쟁의 여지가 있다.

금융사고 발생의 책임 정도를 정률화된 기준 없이 개개인의 소명으로 판단하는 게 적합하고 공정한 방식인가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언제일지 모를 직원의 개인 일탈까지 우려하고 일일이 감시하는 건 물리적 한계가 있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건실하게 경영했어도 불가피한 틈새가 발생할 수도 있는 건데, 사고 책임 정도의 기준을 ‘왜 사전에 막지 못했느냐’로 묻고 이에 대한 소명까지 경영진의 업무로 보는 건 불합리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TF도 현실적으로 대표이사가 모든 금융사고를 방지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것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책임 범위를 사회적 파장이나 소비자 및 금융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중대 금융사고’로 한정했다.

또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금융사고를 예방・적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가능한 규정・시스템을 갖췄는가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해당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관리했다면 조치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간주, 대표이사의 책임을 경감・면책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중대 사고’의 기준은 어떻게 세울지 궁금하다”며 “당국의 불분명한 개선책은 금융회사 기강을 잡는 데만 초점을 맞춘 거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