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 사고예방 기술 강화 잰걸음
국내기업 “비용부담” 주춤…유인책 부재

2022년 12월 5일 15:3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편집자주> 불완전판매, 횡령, 이상 외환거래 등 각종 사고에 무방비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가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 2014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후속 조치로 칼을 크게 댔던 이후 8년 만의 재수술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가 스스로 효과적인 내부통제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중이다. 그동안 수립했던 대책은 사고 방지에 어떤 부족함이 있었던 건지, 다시 헛발을 내딛는 건 아닐지 들여다봤다.

업계에선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만 추진할 게 아니라 적극적인 지원 역시 동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주목하고 있는 영역은 ‘레그테크(RegTech)’다.

레그테크는 규제(Regulatory)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빅데이터, 클라우드, 머신러닝 등 신기술을 활용해 금융회사의 규제이행 및 당국의 감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지칭한다.

기존 핀테크가 금융서비스의 편의성 및 보안성 개선이 목적이었다면 레그테크는 금융회사의 업무처리 비용절감과 업무 효율성 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레그테크의 활용 가능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으로 고객 본인 확인(KYC), 자금 세탁 방지(AML), 이상 거래 감지 시스템(FDS), 고객 데이터 유출 방지, 시장감시 등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금융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지금 레그테크는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선 전 세계 레그테크 시장 규모는 지난해 76억달러(약 10조원)에서 2026년엔 195억달러(약 25조330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신경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범죄 발생률이 증가함에 따라 레그테크 시장의 성장이 촉진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으로 재택 근무가 증가하고 기존의 프로세스에 한계가 드러남에 따라 레크테크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대세는 ‘레그테크’…뒤처진 당국


국내 금융회사들도 레그테크 역량 키우기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 4월 자동 보고서 작성 지원 등 레그테크 기반의 모니터링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차세대 국외점포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완수했다.

우리은행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불완전판매를 잡아내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 시스템은 상품 판매과정에서 작성된 서류와 직원, 고객 사이에 오간 대화 녹취록에서 미비점을 찾아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연내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완성도 높은 시스템 구축을 위해 불완전판매 데이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신한은행은 정보보호 관리체계와 현장점검업무를 전산화하는 레그테크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KB국민은행은 준법감시와 보안평가, 대출사기문자 방지 AI 알고리즘 등에 레그테크 기술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 레그테크가 활발히 활용되려면 규제에 어긋나는 상황이 초기 단계에서 감지될 수 있도록 당국과 기업 간 활발한 정보교류가 우선돼야 하는데 관련 전문인력 및 대규모 투자비용 발생에 따른 중소형 금융회사의 참여도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레그테크 도입 초기 단계에서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책적 인센티브, 비용 지원 등 당국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사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김용태 금융감독원 디지털금융혁신국장은 지난 9월 열린 ‘디지털 시대의 금융과 소비자보호’ 세미나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불완전판매와 사기행각을 잡아내는 레그테크를 연구하고 있으나, 속도가 상당히 느린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국장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이라 이를 발전시키고, 다량의 데이터를 쌓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장 인력이 부족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에서는 규제 주체인 정부가 앞장서서 금융회사 및 핀테크 기업과 양방향 소통을 확대하고, 데이터 표준화와 자동화 지원 등 레그테크 발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업의 자발적 참여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금융 선진국인 영국은 레그테크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기업 의견 조사를 지난 2015년부터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레크데크 활용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부와 기업 간 실시간 소통이다. 규제정보, 금융거래정보, 제재 대상자 명단 등의 실시간 정보공유가 실행되려면 레그테크 솔루션 기획단계부터 민관 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기업, 기업과 기업 간 원활한 정보공유를 위해서는 자료의 저장·공유 방식, 통신 프로토콜 등에 대한 다수의 합의가 필요하다. 이는 정보공유뿐 아니라 레그테크 개발 및 보급비용 절감에도 큰 도움 돼 시장의 적극적인 참여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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