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7주년 기획]

토스는 쉽고 KB는 어려운 알뜰폰
외국 자본금 국내 지배 현상 심화

[편집자주] 수십년간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사유화를 막기 위해 존재했던 ‘금산분리’는 이제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빅블러 시대에 걸맞지 않은 아날로그 규제는 금융-산업간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대한금융신문은 창간 27주년을 맞아 금융혁신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각종 규제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정부가 금융산업 전반의 낡은 규제를 손질해 시장의 장기적 성장을 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통적 업무영역의 수익성 정체에 지친 금융권은 이를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금융·산업자본을 가르는 금산분리 대못을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995년 도입된 금산분리법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각각의 지분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을 말한다. 금융회사의 사유화를 막고, 예금자나 보험계약자 등 고객이 금융회사에 맡긴 돈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확립됐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 비금융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금융권 일각에선 금산분리 규제가 타당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먼저 금융 관련 법률별 상이하게 규정된 금산분리 규제로 인해 업권별 규제차익이 발생할 수 있고, 규제가 약한 부문을 활용한 규제 회피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핀테크 기업인 토스는 지난 7월 알뜰폰 업체 머천드코리아의 지분을 100% 인수하는 방식으로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었고, 토스뱅크는 결제와 통신이 결합된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 고도화된 금융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

모기업 토스의 원앱전략에 따라 공동 마케팅 전략을 꾸릴 수 있어서다. 토스 앱에서 알뜰폰 요금제 탐색부터 가입시 필요한 인증 과정, 가입 이후 개인 데이터를 활용한 모든 금융 활동이 가능한 식이다. 시중은행들이 눈독 들였던 통신업에 손 안 대고 코를 풀었다.

이에 은행권에선 불공평한 금산분리 잣대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KB국민은행은 토스보다 앞선 지난 2019년 4월, 알뜰폰 ‘리브엠’ 사업을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선보였으나 한시적 허용으로 내년 4월까지만 운영할 수 있다. 직원 과당경쟁 유발 논란이 있는 터라 금융위의 사업연장 승인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말 발간한 ‘저성장·디지털 시대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과 규제’ 보고서에서 “현행 금융규제 체계는 디지털 금융혁신을 저해하고 규제차익을 발생시켜 금융산업의 균형발전과 시스템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업무영역과 소유, 지배구조 등의 측면에서 예외적으로 금지할 사항을 명확히 규정해 금융규제를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해상충, 은행 건전성 훼손 등과 같은 은행과 비은행 간 겸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겸업의 장점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른 국내 산업자본의 금융시장 참여 제한으로 외국계 자본의 국내 금융산업 지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상장주식 외국인 소진율(외국인이 보유할 수 있는 최대한도 주식 대비 실제 보유 비율)은 지속해서 느는 추세다.

지난 11일 기준 KB금융지주의 외국인 소진율이 73.59%로 가장 높고 하나금융지주(71.29%), 신한금융지주(61.69%)가 뒤를 잇는다. 우리금융지주는 40.39%로 지난 2019년 재상장한 이후 매분기 최고치를 경신해 나가는 중이다.

높은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의 거센 입김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국내 기업 이익이 배당금으로 해외 유출되는 부작용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국내자본으로 자국의 은행 등 금융회사를 방어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금산분리에 따른 우리나라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보유율은 인터넷은행 특례법(최대 34%)을 제외하곤 원칙적으로 4%의 상한을 둔다. 칠레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강한 금산분리 규제다. 유럽 다수 국가들과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브라질 등은 아예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시중은행은 거의 대부분 외국계 펀드의 지배에 놓이게 됐다”며 “이들 외국자본은 금융이 갖는 사회적 책무나 공공성보다는 단기 이윤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국민이 맡긴 돈을 활용해 이자수익을 벌어들이는 게 금융회사다. 이런 구조 속에서 외국인들이 더 많은 이익을 거두는 것은 국부 유출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며 “비금융회사의 금융지주 주식 보유제한 규제 완화로 국내 투자자 유인책을 마련해줄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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