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8주년 기획]
견고한 영업 기반이 곧 성장동력
민·관 힘 합쳐 근본적 혁신 모색

언제나 금융산업은 높은 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왔다. 이번 정부 역시 ‘포용’에 이어 ‘상생’을 주요 화두로 내걸고 있다. 실물 경제를 기반으로 한 금융산업에서 발전과 상생은 불가분의 관계다. 대한금융신문은 지속가능한 선순환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 금융사의 사회적 행보를 지역사회·청년·소상공인·중소벤처 네 가지 영역에서 짚어본다.

한국 경제가 성장 정체에 빠졌다. 고금리에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까지 일명 ‘4고(高)’ 위기에 직면하면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저성장이 예고된 상황이다.

조선업, 자동차, 기계 등 쇠퇴하고 있는 전통 산업이 주둔한 지방은 사정이 더욱 고돼 보인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에도 수출 부진과 내수 둔화가 계속되면서 수도권과 발전 격차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금융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상생형 지역 경제 활성화 사업’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대기업, 중소기업은 물론 자산가와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형의 소비자에 대한 원활한 금융 공급은 지역발전과 밀접한 인과관계를 이룬다.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금융 상품 및 다양한 지원 활동은 지역 내 자금 선순환을 일으켜 지역균형발전의 빈 구멍을 메워낼 수 있다.

금융회사 차원에서도 지역 경제 지원을 사회적 금융이나 사회공헌 활동 등과 연계해 금융산업의 공공성을 높임과 동시에 위축돼있던 영업 기반을 공고히 만듦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을 꾀할 수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대한민국 금융 시장 발전을 위해 금융회사들은 어떤 딥체인지(근본적 혁신) 펼치고 있을까.

 

 


수요 넘치는 지역, 알짜 수익처로 육성


 지역의 실물부문을 대표하는 지표로는 명목GRDP(지역내총생산), 지역별 사업체 수 등이 있다.

먼저 국가통계포털에 등재된 명목GRDP를 살펴보면 지난 2021년 서울시의 명목GRDP는 472조원으로 4년 전(404조원) 보다 1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종시는 10조6000억원에서 13조9000억원으로 31.4% 올라 전국에서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전라도와 경기도는 각각 19.8%(73조7300억원→88조3000억원), 17.2%(451조4000억원→529조2000억원)로 서울시보다 높았다.

이밖에 광주시(37조7000억원→43조7000억원,15.8%), 대전시(40조5000억원→46조7000억원, 15.24%), 충청북도(65조3000억원→75조2000억원, 15.27%)도 서울시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또 통계청의 지난해 전국 사업체 조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전년대비 지역별 사업체 수는 서울(-1만 2000개, -1.0%), 대구(-130개, -0.0%), 부산(-106개, -0.0%) 등에서 감소했고 경기(3만 5000개, 2.3%), 인천(9000개, 2.8%), 경남(6000개, 1.5%) 등에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방의 명목GRDP와 사업체 수 증가율이 대도시 지역과 비슷하다는 것은 지방의 금융 수요 역시 대도시 지역만큼이나 크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영업 구역이 일정 지역으로 한정되는 운영체계 특성상 지방 지역은 밀착 경영에 의한 관계형 금융, 지역민의 충성도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 규모의 경제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오프라인 지점 없이 인터넷을 통해서 은행 업무가 가능한 인터넷은행이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로 구성된 인터넷은행협의회는 지난 3월 금융당국에 지방은행과의 공동대출 도입안을 제시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보유한 높은 모객력과 신용평가모형을 바탕으로 대출 대상자를 선정하고 자금은 지방은행과 분담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인터넷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각각 심사를 진행하고 대출을 실행한다. 대출은 두 은행에서 승인된 고객에게 사전 합의된 비율에 따라 실행된다. 고객 대응 업무는 인터넷은행이 지방은행으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한다.

금융당국은 재원 여력이 있는 지방은행과 소비자와의 넓은 접점을 가지고 있는 인터넷은행 간 협업을 통해 건전한 경쟁을 촉진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며 해당 제안을 받아들였다.

현재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이 공동대출 출시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두 회사는 실무 협의까지 거의 마친 상태이며 업무를 각각 50% 비율로 나눠 대출을 실행하는 것에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이사는 지난달 5일 기자간담회에서 “토스뱅크의 디지털 모객력과 신용평가 모형, 심사 전략을 활용하는 등 지방은행과 협업한 상품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연내 공동대출 출시가 목표”라고 말했다.

KDB산업은행도 지역 투자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산업은행은 지난 8월 22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지역·민간 주도의 지속가능한 지역활성화 추진을 위한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 투자설명회(IR)를 개최했다.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의 추진배경 및 주요 운용방안 등을 소개하고 자산운용사, 기관 투자자, 시행사, 시공사 등 시장참여자와 지자체의 관심 및 이해도를 높이고자 마련한 자리다.

이날 김복규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개회사에서 “대한민국 지역경제의 침체로 인한 지역소멸 위기 해결에 공감하는 상황에서 비수도권 지역의 지역 활성화 사업을 지원하는 본 펀드의 조성은 정책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함께 자리한 김소영 부위원장은 “지역 활성화 펀드는 재정과 금융이 협력해 효율적으로 지역을 개발하고, 시장 참여자가 사업성 평가에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큰 차별성이 있다”며 “금융회사에 있어서도 새로운 수익기반을 확보하고 수익을 다변화할 기회”라고 짚었다.

특히 이번 설명회에선 평소 접점이 부족했던 지자체와 금융계·산업계 간 교류의 장이 별도로 마련됐다.

행사장 외부에 설치된 지자체 부스에서 관심 사업 소개 및 담당자 네트워킹이 진행됐고 자산운용사, 기관투자자, 시행사, 시공사 등을 포함 총 200여명이 참석해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비금융 부문도 지원사격…당국 ‘뒷심’


사회공헌사업, 상권 활성화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지역 상생 프로젝트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행정안전부, 사회연대은행과 지난 2021년부터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지역 청년활동가 지원사업’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 사업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민관 협력 모델로 의미가 있다.

해당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5월엔 지역과 청년이 상생하는 민관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심포지엄에는 여야 의원을 비롯해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김용덕 사회연대은행 이사장, 지역·청년문제 전문가 및 청년단체 대표 50여명이 참여했으며 청년지원 사업 현황과 성과에 대한 각계의 주제 발표 및 지속 가능한 지역 청년 활동 확대 방안에 관한 토론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는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해 지역 활성화를 위해 뛰고 있는 청년들의 의지와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며 “삼성생명은 지역과 청년에게 보다 실질적인 지원 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BC카드는 지난 8월 부산은행, 부산관광공사와 부산 중구 지역경제 활성화 추진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을 기점으로 BC카드는 부산 중구 지역으로의 관광객 유치 및 관광 업종 소비 활성화 지원을 위해 중구 내 관광 인프라 연계 마케팅, BC카드 관광객 이용 자료 제공, 관광지 제휴 마케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용일 BC카드 상무는 “최근 크루즈선 입항과 관련된 데이터 분석 결과 부산 중구가 새로운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다양한 관광 소비가 발생할 수 있도록 부산은행, 부산관광공사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BNK경남은행은 지난 5일 김해경제포럼 활성화 지원금으로 3000만원을 쾌척했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20년을 맞이한 김해경제포럼은 지역 경제인들에게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 기업의 역할과 비전 모색에 대한 해법을 제시, 지역기업 역량 강화에 기여한다.

경남은행이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 기탁한 지원금은 지역 상공인들에 수준 높은 정치·경제 분야 강연과 기업, 기관, 정·재계, 학계, 언론 등 각 분야에 관한 경험·지식 공유, 네트위크 구축 기회 제공에 사용된다.

최철호 경남은행 동부영업본부장은 “지역사회의 따뜻한 상생 금융을 실천하는 경영이념처럼 지역경제 생태계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경제와 상생하며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더욱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금융회사의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을 도모하고자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지역 금융 확대 차원에서 지난 2018년 10월 ‘지역재투자 평가제도’를 도입, 2020년부터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지역재투자 평가제도는 금융회사의 지역 내 자금공급, 중소기업 지원, 서민대출 지원, 금융인프라 현황 등 지역 금융지원 전략 등을 평가하고, 평가결과를 5등급으로 구분해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 및 지자체·교육청 금고 선정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금융위가 발표한 올해 지역재투자 평과 결과 시중은행 중에선 국민·기업·농협은행이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으며 최우수 등급을 취득한 평가지역 수는 농협은행(10개), 기업은행(6개), 국민은행(5개), 하나은행(3개), 신한은행(1개) 순이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부산·광주·경남은행이 최우수 등급을 얻었으며, 상호저축은행 중에서는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역재투자 평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기관들과 협의를 계속하고, 금융환경 변화 등에 맞춰 평가 타당성 제고를 위해 지속해서 제도개선을 검토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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