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8주년 기획]
유망 스타트업 발굴·사업 시너지
분야·지역 구분없이 동반성장 실천

언제나 금융산업은 높은 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왔다. 이번 정부 역시 ‘포용’에 이어 ‘상생’을 주요 화두로 내걸고 있다. 실물 경제를 기반으로 한 금융산업에서 발전과 상생은 불가분의 관계다. 대한금융신문은 지속가능한 선순환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 금융사의 사회적 행보를 지역사회·청년·소상공인·중소벤처 네 가지 영역에서 짚어본다.

벤처업계가 암울하다. 치솟은 금리 탓에 지난해 4분기부터 벤처펀드 결성과 벤처투자가 위축돼 자금조달에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창업 초기 기업은 금리 부담에 따른 성장 자금 조달, 중기 성장기업은 후속 투자유치, 후기 성장기업은 M&A 추진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주도한 ‘벤처기업 금융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서 벤처업체들은 투자시장의 자금 경색 등 애로 사항을 토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의 벤처지원 현황을 점검하고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하지만 문제는 민간 투자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데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민간부문 펀드 출자액은 3조9297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6158억원) 보다 48.4%나 감소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늘자 민간부문에서의 펀드 출자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4조4447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6442억원) 대비 41.9% 감소했다. 벤처펀드 결성액도 4조5917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6961억원) 대비 47.2% 줄었다.

이 가운데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이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발휘하며 벤처투자 활성화와 기업 육성의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다. 금융지주사는 성장성 있는 기업에 투자하며 선순환 구조를 만듦과 동시에 혁신적 아이디어를 지닌 벤처기업과 협업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탐색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혁신 벤처 키우며 사업다각화까지


금융지주사는 대부분 수익이 은행에서 나오는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비금융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지주가 비금융 수익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계열사로 둔 벤처캐피탈을 통해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올해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한 우리금융지주를 포함해 현재 국내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모두 벤처캐피탈을 보유하며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BNK·DGB·JB 등 지방금융지주까지 벤처캐피탈을 계열사로 갖고 있다.

최근 신한금융지주는 그룹의 디지털 전략적 투자(SI) 펀드인 ‘신한 하이퍼 커넥트 투자조합 제1호’를 통해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해빗팩토리에 65억원 투자를 진행했다. 해빗팩토리는 보험·비교 추천 앱인 시그널플래너를 운영하는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이다. 신한금융은 이번 투자를 통해 보험대리점 제휴뿐만 아니라 양사 노하우 및 핵심 역량을 공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주로 금융지주사는 주요 계열사들이 출자자로 참여하는 전략적투자 펀드를 조성한다. 이 펀드는 유망 스타트업 발굴, 사업적 시너지를 강화할때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는데 활용된다. 앞서 신한금융은 지난 6월 그룹 벤처투자 역량 집중을 위해 전략적투자 펀드를 신한캐피탈에서 신한벤처투자로 이관하고 총 2700억원 규모의 신한 하이퍼 커넥트 투자조합 제1호 펀드를 새로 결성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9월 매출채권 팩토링 플랫폼 나이스엔써(NICE Answer)에 3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금은 하나벤처스가 공동운용(Co-GP)하는 ‘하나비욘드파이낸스펀드’로 댔다. 해당 펀드는 지난해 5월 3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전략 펀드다.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모빌리티 등 혁신기술 벤처기업에 투자하는데 쓰이고 있다. 해당 투자로 하나금융과 나이스엔써는 중간물류 매출채권 유동화 분야에서 전략적 협업을 강화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금융지주사의 벤처기업 대한 투자는 해외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KB금융지주는 약 2500억원 규모의 ‘KB 글로벌 플랫폼 2호 펀드’를 운용한다.

펀드 운용을 맡은 KB인베스트먼트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지역의 스타트업과 미국의 바이오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도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에 올해 편입된 우리벤처파트너스를 필두로 올해 하반기 글로벌 전략적투자 펀드를 결성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지역 금융지주는 벤처투자 수도권 쏠림현상을 완화하고 지역 창업생태계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BNK금융은 지난9월 부산지역 혁신 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미래성장 벤처펀드 조성에 참여했다. 미래성장 벤처펀드는 1000억원 규모로 부산기업의 창업초기 및 도약-성장기 지원과 해외시장 진출, 성장단계별 맞춤형 자금 지원 등에 투자될 예정이다. BNK금융은 국내 스타트업 및 핀테크 생태계 지원과 더불어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업과 BNK지주의 신 성장모델을 발굴하기 위한 자체 펀드도 조성할 예정이다.


신생기업 성장 견인하는 지주사들


금융지주사들은 투자 이외에 체계적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 확대하며 근본적인 상생·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자본과 경험, 인력 운용 등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신한금융지주의 ‘신한퓨처스랩’, KB금융지주의 ‘KB이노베이션허브’, 우리금융지주의 ‘디지털 이노베이션 랩’, 하나금융지주의 ‘하나원큐 애자일랩’이 대표적이다.

그중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015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스타트업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신한 퓨처스랩은 현재 9기 육성 진행 중이다. 은행, 카드, 투자증권, 라이프 등 신한금융의 주요 그룹사가 멘토사로 참여해 스타트업을 돕는다. 아울러 공동개발과 서비스 도입 등 스타트업과 계열사의 다양한 협업의 기회도 제공한다. 이제껏 퓨처스랩은 총 375개 스타트업을 육성, 총 736억원 투자, 그룹사 협업 횟수 201건, 예비 유니콘 20개사 배출 등 성과를 거뒀다.

실제 퓨처스랩에 참여한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스타트업에 디딤돌 역할을 한다”라며 “서비스 개발과 운영에 집중돼 있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학습해 가며 회사를 운영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그 부분을 채워준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KB스타터스’를 통해 매년 상·하반기로 나눠 혁신스타트업을 선발하고 성장 단계별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KB금융은 창업 3년 이내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 19개사와 전략적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창업 7년 이내 스타트업 4개사 총 23개 스타트업을 올해 하반기 KB스타터스로 최종 선정했다. 이들 회사는 인공지능(AI), 토큰증권(STO), 모빌리티, 부동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에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하반기 KB스타터스에는 AI기술을 접목해 비즈니스 모델 확장이 기대되는 스타트업이 다수 포함된 것이 특징”이라며 “이 스타트업들이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고 디지털 금융 혁신을 위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016년부터 ‘디지털 이노베이션 랩’을 출범해 최근에는 핀테크, 플랫폼, 프롭테크, ESG 등 분야의 스타트업을 선발, 이들에게 무상으로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우리금융 계열사화 사업협력과 투자유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 6월  ‘하나원큐 애자일랩 14기’에 참여할 스타트업 20곳을 선발했다. 이들에게는 외부전문가 경영 및 세무컨설팅과 하나금융지주의 현업부서와 협업, 하나은행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진출 지원 등 동반성장의 기회가 제공된다.

금융지주사의 스타트업 지원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넓어지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6년 베트남 진출에 이어 지난 2019년엔 인도네이사에 2번째 해외 퓨처스랩을 추가했다. 아울러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진흥원과 국내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KB금융도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국내 스타트업 10개사를 ‘KB스타터스 싱가포르’로 선정했다. 스타트업은 AI분야를 비롯해 헬스케어, ESG, 애그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뽑혔다.

KB금융은 이들에게 싱가포르 현지의 공유 오피스 ‘위워크(WeWork)’와 연계한 업무 공간뿐만 아니라, 글로벌 핀테크 전문 AC(Accelerator) 기업인 싱가포르 테니티(Tenity)사의 비즈니스 현지화를 위한 맞춤형 보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아울러 금융지주사들은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핀테크 등 디지털 분야에 한정돼 있던 지원범위를 친환경 기업,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까지 확대하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초기 금융지주의 스타트업 육성이 비대면·디지털에 맞춰져 있었다면 최근엔 친환경, 사회적 기업까지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며 “금융지주의 스타트업 육성은 초기 기업 성장 단계부터 점진적으로 이뤄져 단순히 재무적 성과 뿐만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업과의 상생을 실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수교 기자 hongsalami@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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