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생활돋보기 8]

2022년 01월 06일 14: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씨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VIP 고객으로 승급돼 다양한 전용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한 은행과 긴 시간 신뢰 관계를 맺어온 덕을 보게 됐다는 기쁜 마음으로 혜택을 확인했으나 별 볼 일 없는 내용에 실망하고 말았다.

은행들은 ‘집토끼(주거래고객)’ 우대 차원에서 저마다 고객 VIP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VIP 선정 조건은 은행마다 조금씩 다른데, 예금·대출·자동이체·거래 기간 등 항목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총점에 따라 VIP 세부 등급을 매긴다.


통장에 1억 넣어두면 ‘최상위 VIP’


국민은행의 VIP 제도 명칭은 ‘KB스타클럽’이며 등급은 MVP스타, 로얄스타, 골드스타, 프리미엄스타 순으로 분류된다.

신한은행은 ‘Tops Club(탑스클럽)’이라고 부르며 프리미어, 에이스, 베스트, 클래식 등 4가지 등급이 있다.

하나은행의 ‘손님우대서비스’는 하나VIP, VIP, 하나패밀리, 패밀리, 그린 등 5가지로 나뉘며 우리은행은 ‘우리가족 우대서비스’로 프레스티지, 오너, 로얄, 패밀리로 등급을 구분한다.

각 은행의 VIP 등급이 위해 채워야 하는 점수 항목으로는 예금, 대출, 급여 이체, 공과금, 거래기간 등이 있다.

KB국민은행을 예로 들면, 가장 높은 등급인 MVP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평가 점수 1만점 이상을 충족하고 총자산이 30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점수 산정 기준은 입출금예금 평잔 10만원당 10점, 가계·기업대출 평잔 10만원당 3점, 환전·송금 10만원당 1점, 거래년수 1년당 10점, 급여·연금 2개월 이상 이체 300점, KB스타뱅킹 이용 100점, 오픈뱅킹 서비스 이용 100점 등으로 구성돼있다.

1억원의 예금을 예치하면 입출금예금 평잔 10만원당 10점으로 계산돼 1만점을 받아 MVP스타가 될 수 있다. 대출의 경우 평잔 10만원당 3점으로 약 3억4000만원 이상 대출 실행 시 1만점을 넘길 수 있다.

나머지 은행들도 정기예금 외 수신상품 기준으로 1억원 이상 예치, 가계·기업대출 2억~5억원 정도를 실행하면 최상위 등급을 부여받을 수 있다.


변별력 없는 혜택…말로만 VIP


은행에서 제공하는 대표적인 VIP 혜택은 각종 수수료 면제·우대(할인)이다.

자동화기기(ATM) 영업 외·타행 이체부터 인터넷·스마트폰 뱅킹 이체, 직불카드 재발급, 통장·증서재발급, 해외외환송금 등 업무를 보는 데 드는 수수료를 등급에 따라 할인을 해주거나 면제 처리 해주는 식이다.

그러나 인터넷은행과 토스, 카카오페이, 센트비 등 간편송금 핀테크 업체 등장으로 촉발된 고객 유치 경쟁으로 2년여 년 전부터 비대면 이체 수수료가 전면 무료화되고, ATM 이용 및 외화 송금 등 기타 수수료도 최저 비용으로 책정돼있는 상황이라 고객 부담은 애초에 적다.

자기앞수표 발행, OTP(일회용비밀번호생성기) 재발급 등 창구에서 처리해야 하는 대면 거래 수수료 역시 몇백원부터, 많아야 몇천원 수준이다 보니 특별한 우대 혜택으로 보긴 어렵다.

또 VIP고객은 은행 지점에 설치된 대여금고도 임차 보증금과 수수료 없이 쓸 수 있는데 지점 축소로 대여금고 수량까지 줄면서 원활한 이용에 제약이 생겼다. 지점 내 VIP 전용 상담창구도 지점 혼잡도 최소화를 위해 고객 구분 없이 대기 순서대로 그때그때 채워진 지 오래다.

이밖에 KB국민은행은 현재 당행 거래실적이 입증된 KB스타클럽 고객에게 무보증 신용·비대면 무서류 대출도 해주지만, 차주의 상환능력에 중점을 둔 각종 대출 규제로 인해 받을 수 있는 한도 메리트가 적은 데다 금리 우대 혜택은 빠져있어 실질적으론 와닿지 않는 서비스다.

금융 환경은 급변하는 데 반해, 은행 VIP 제도는 개선 없이 몇 년째 그대로 운용되다 보니 결과적으로 도입 취지인 우대서비스라고 보기엔 변별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엔 주거래은행이 금리가 유리했지만, 지금은 먼저 유리한 금리를 제시한 은행이 주거래은행이 된다”며 “이런 금융시장 변화가 은행 VIP 고객 관리 체계에는 반영되지 못하는 듯하다. 별 볼 일 없는 VIP 혜택이 ‘주거래은행’이라는 단어 자체를 의미 없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에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로 수수료 감면에 집중된 VIP 혜택이 고객입장에서 미진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더 많은 고객에게 혜택을 줘야하는 은행입장에선 섣불리 VIP 등급 기준을 올릴 수도, 혜택을 늘리기도 어렵다”며 “대신 VIP 체계를 금융그룹으로 통합 운영, 은행 VIP면 카드, 증권사 등 계열사 VIP 혜택도 누릴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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