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생활돋보기 15]
엔화 뽑을 수 있는 ATM, 전국 34대뿐
‘소비자 편의 확대’를 못 이긴 ‘관리비’

2022년 12월 7일 17: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르면 나만 손해’
은행을 소비자 관점에서 낱낱이 들여다봅니다.

해외여행객 증가와 엔저 현상에 따른 환테크(환율+재테크) 열풍에 환전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하지만 바쁜 현대생활에서 환전은 어느 순간 ‘간단한 큰일’이 됐다.

환전 후 외화 실물을 찾으려면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데, 영업점 수가 많이 줄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외화 업무는 지점당 1~2개뿐인 예금 전용창구를 이용해야 해서 대기시간이 한참 더 오래 걸린다.

신청해둔 돈만 받으면 되는 일에 연차를 쓰기도 아깝고, 소비자들은 갑갑하기만 하다.

은행들은 영업점 축소에 대한 대응책으로 ‘자동화기기(ATM) 고도화’ 꺼냈지만, 외화 업무엔 소용없는 카드다.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 등 국내 주요 은행에서 현재 운영하는 외화 입출금 기능 탑재 ATM(이하 외화 ATM)은 총 75대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ATM 수(2만2701)의 0.33%밖에 되지 않는다.

이마저도 대부분 공항에 설치돼있으며, 일반 영업점은 수도권 거점 지역에 1~2대뿐이다.

외화 ATM에서 다양한 통화를 뽑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75대 중 34대만 미달러(USD), 엔화(JPY), 유로(EUR), 위안(CNY) 등 주요 4개국 외화를 인출 할 수 있고 나머지(41대)는 오직 USD만 가능하다.

외화 ATM은 지난 2011년 즈음 공항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은행들이 금융서비스를 보다 적시성 있게 제공하기 위해 추진한 ‘지능형 ATM 프로젝트’ 중 하나로, 해외여행객이 영업점이나 환전소 대신 공항에 설치된 ATM을 통해 손쉽게 USD를 환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후 JPY, EUR, CNY 등 외화 ATM의 취급 통화를 늘리고 공항뿐만 아니라 일반 영업점에도 설치를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적극적인 실천으로 이어지진 않은 모양새다.

은행들은 수지 타산 문제로 외화 ATM을 확대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통상 ATM 한 대당 임대료 및 관리·보수 비용으로 연간 2000만원 정도 드는데, 외화 ATM은 유지 비용이 더 비싸면서 이용자 수는 적다는 설명이다. 또 외화 ATM에서 제공하는 주요국 통화 환전은 각종 환전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돼 수수료 수익도 거의 안 남는 서비스다.

결국 은행의 소비자 편의성 확대 의지가 관리 비용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유지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외화 ATM 설치 필요성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면서 토스 등 핀테크사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간편함을 내세워 환전 신청을 유도하고, 정작 인출 채널을 개선 않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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