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생활돋보기 17]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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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신 청년을 위한 정책금융 상품을 내놓고 있다. 나랏돈으로 혜택을 준다니 누리곤 싶은데, 무작정 가입하고 보기엔 ‘이게 맞나?’, ‘다른 건 없나’ 생각이 들 수 있다. 작고 귀여운 월급은 어디에 넣어둬야 유리할까.


병사월급, 저축하면 나랏돈 더 탄다


지금 내가 입대를 앞두고 있거나 현역 군인이라면 ‘장병내일준비적금’ 만한 게 없다. 이 상품은 병사들이 전역한 후 학업, 취업 준비 등에 쓸 목돈 마련을 돕는다는 취지로 국방부와 병무청, 은행연합회가 손을 잡고 지난 2018년 8월 선보인 정책금융 상품이다.

군에 복무하는 동안(최대 24개월) 월 40만원 한도로 운용할 수 있으며 납입 기간에 따라 기본금리 3.5~5.4%, 정부 지원금리 1.0%포인트, 은행별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은행연합회 공시 기준 BNK경남은행이 1년 3개월 이상 납입 시 제공 기준금리가 5.4%로 제일 높다. 하나은행은 주택청약종합저축 보유, 군 급여 이체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0.7%포인트의 가장 많은 우대금리를 부여한다.

만기 원리금의 71%에 해당하는 정부 매칭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메리트다. 육군 기준 18개월 동안 복무하며 매월 40만원 씩 냈다고 가정하면 만기 후 원금(720만원)에 최소 이자율로만 연 6%가 붙어 754만2000원이 되고, 원리금의 71%인 535만5000원의 매칭 지원금을 더해 총 1289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액 비과세다.

하나은행은 지난 5일 장병내일준비적금 비대면 가입 서비스를 도입했다. 장병내일준비적금을 가입하려면 종이로 된 가입자격확인서를 발급받아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야 해 사적 활동이 힘든 병사들에게 제약이 컸다. 앞으로는 ‘나라사랑포털’ 애플리케이션에서 디지털 증명서 형태의 가입자격확인서를 발급받으면 ‘하나원큐’ 앱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세제혜택’으로 펀드 수익 UP


‘청년형 장기집합투자증권저축(이하 청년 소장펀드)’은 펀드 투자 입문용으로 제격이다. 청년 소장펀드는 만 19~34세(병역이행기간 제외)면서 총급여액이 50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금액이 3800만원 이하인 경우 가입할 수 있다.

청년들의 자산형성을 위한 중장기 계획 실천을 지원하고자 투자 성향에 맞춰 펀드를 선택해 운용하면서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고안된 정책금융 상품이다.

납입 한도는 연 600만원이고 납입 금액의 40%(최대 240만원)를 소득공제받는다. 가입 기간은 3~5년이다. 3년간 600만원씩 총 1800만원을 납입한다면 720만원을 소득공제받을 수 있다. 세율 16.5%를 적용하면 약 119만원을 돌려받는 셈이다.

현재 15개 자산운용사들이 30종에 가까운 관련 펀드를 출시했으며 은행권에선 KB국민·신한·우리·IBK기업은행 등 네 곳이 판매를 맡았다. 은행들은 펀드 운용 수수료를 받는데, 같은 전략으로 운용하는 다른 펀드보다 저렴한 편이다.

상품이 다양하다 보니 선택 폭도 넓다.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하고 싶다면 주식형 펀드를 선택하면 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 코어테크 청년소득공제’,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한국미국 성장 청년형 소득공제펀드’ 등이 있다.

안전성과 수익률을 동시에 챙기고 싶다면 개별 종목보다는 등락이 작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는 지수 추종 상품이나 배당수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배당주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IBK자산운용의 ‘IBK KOSPI200 인덱스 청년형 소득공제 펀드’, KB자산운용의 ‘KB 지속 가능 배당 청년형 소득공제 펀드’ 등이 해당한다.

청년 소장펀드 출시 첫날(4월 17일) 기준 운용한 지 1개월이 넘은 운용사의 24개 상품 한 달 수익률은 투자 성향 포트폴리오에 따라 최저 3%대, 최고 15%대로 집계됐다.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납입 1년 차부터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가입일로부터 최소 유지 기간인 3년을 못 채우고 환매하면 그동안 저축 납입 금액의 6.6%의 추징세를 토해내야 한다. 또 예·적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상품이라 원금 이상의 손실 가능성도 있다.


‘청년적금’보다 더 큰 거 온다


월급을 손실 없이 안전하게 운용하고 싶다면 ‘청년도약계좌’를 기다려보자. 청년도약계좌는 지난해 출시됐다가 수요 폭발로 조기 소진됐던 ‘청년희망적금’의 확장판으로, 오는 6월 판매 개시를 앞두고 있다.

가입대상은 만 19~34세(병역이행기간 제외) 청년 중 개인소득 7500만원 이하이면서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 기준을 충족하는 이들이다. 매월 7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고 만기는 5년이다. 정부는 가입자의 소득구간에 따라 설정된 납입액 매칭비율(3~6%)에 맞춰 기여금을 지급하고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개인소득이 2400만원 이하인 경우 매월 40만원 한도에 매칭비율이 6%가 적용되고 3600만원 이하면 매월 50만원 한도에 4.6%, 4800만원 이하면 매월 60만원 한도로 3.7%에 해당하는 기여금을 받을 수 있다.

6000만원 이하의 경우 70만원씩 납입해야 3.0%가 적용되며 6000만~7500만원 이하 가입자에는 비과세 혜택만 제공된다.

계산법이 다소 복잡한데, 일례로 연 소득이 2400만원인 A씨가 청년도약계좌에 월 20만원을 납입하면 기여금 매칭비율 6%를 곱한 1만2000원이 더해져 총 21만2000원이 입금된다. 그런데 연 소득이 6000만원인 B씨가 청년도약계좌에 월 20만원을 납입한 경우엔 매칭비율이 A씨 절반 수준인 3%가 적용, 6000원의 기여금이 적립된다.

적용이율은 아직 미정이다. 6월 출시 시점 즈음의 금리 사정을 고려해 결정할 방침인데 5년 장기 상품인 만큼 3년은 고정금리, 이후 2년은 변동금리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청년희망적금의 기본금리가 5%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략 5~7% 수준에서 책정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청년도약계좌 운영방향 발표에서 최대 납부 한도액인 월 70만원을 5년 동안 납입하면 만기 때 최대 5000만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 밝힌 바 있다.


‘분산투자’, 저축도 예외 없다


조건만 맞으면 금융 혜택 면에서 매우 유리한 정책금융상품이지만, 만기를 유지 못 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높은 이자율만 생각하고 납입액을 최대한도로 설정했다가 중도 해지하게 되면 적용이율은 반의반 토막으로 떨어지고, 감면받았던 세금도 다시 뱉어내야 한다.

앞서 청년희망적금은 출시 당시 286만8000명이 가입하는 등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는 241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고물가와 대출금리 상승 등 지갑 사정 악화로 매월 일정 금액을 내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꼈거나 급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6개월 만에 무려 45만4000명이 적금을 해지했다.

만기 2년의 청년희망적금 중도해지율도 높은데 청년 소장펀드는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최소 3년을 유지해야 하고, 청년도약계좌의 만기는 무려 5년이다.

이럴 땐 계획하고 있는 저축액을 정책상품에 ‘몰빵’하지 말고, 소액·단기로 운용 가능한 민간상품에 나눠 넣어 중도해지 리스크를 분산하는 게 어떨까.

토스뱅크의 ‘굴비적금’은 만기 6개월의 자유적립식 상품으로 월 1원부터 3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기본금리 2%에 만기 해지라는 조건을 충족하면 3%포인트의 우대금리가 더해져 연 5%의 금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 최대 2회 중도출금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비상시 요긴하게 쓸 용돈 마련을 목적으로 짜투리 돈을 푼푼이 모으는 데는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을 추천한다. 이 상품은 1000원, 2000원, 3000원 가운데 하나를 첫 주 납입금액으로 선택하면 매주 그 금액만큼 증액해 저축하는 방식이다.

1000원을 선택하면 다음주에는 2000원, 셋째 주에는 3000원으로 늘어나 마지막 주인 26주차에는 2만6000원을 납입한다. 이달 기준 26주 적금의 기본금리는 3.5%이며, 여기에 7주 연속 성공 시 1%포인트, 26주 연속 성공 시 2.5%포인트의 우대금리가 더해져 최고 7% 금리가 적용된다.

KB국민은행의 ‘KB특별한적금’은 만기를 최소 1개월부터 6개월까지 설정할 수 있다. 가입 후 1개월 이전까지는 만기일을 변경할 수 있어 중도에 해지해도 중도해지이율이 아닌 만기해지이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의 만기이율은 최고 연 6.0%이다. 기본이율은 연 2.0%이다. 우대이율은 목표 금액 달성 시 최고 연 1.0% 포인트, 별 모으기 달성 시 최고 연 1.0% 포인트다. 1인 최대 3계좌까지 가입할 수 있고 납입할 수 있는 금액은 월 1000원 이상 30만원 이하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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