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생활돋보기 7]
협소한 공간… '부스' 설치로 프라이빗 환경 구축
계약 서류 이메일·앱 교부로 '금소법 저촉' 차단
디지털 생소한 고령층 고객 위해 원격·URL 안내

은행들이 운영 비용 효율화를 위한 잇단 점포 통폐합 대안책으로 유통과 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형태의 '편의점 혁신점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송파구 마천동 소재 '하나은행xCU' 혁신점포(왼쪽)와 정선군 고한읍 소재 '신한은행xGS25' 혁신점포 전경.(사진=각 사)
은행들이 운영 비용 효율화를 위한 잇단 점포 통폐합 대안책으로 유통과 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형태의 '편의점 혁신점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송파구 마천동 소재 '하나은행xCU' 혁신점포(왼쪽)와 정선군 고한읍 소재 '신한은행xGS25' 혁신점포 전경.(사진=각 사)

은행들이 디지털뱅킹 활성화 흐름에 맞춰 영업 효율화 및 운영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점포 수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출장소 제외) 수는 지난 2016년 6월말 6108개에서 올해 6월말 5368개로 5년 새 740개가 줄었다.

여기에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 등 5대 시중은행은 올해 3분기에만 117개 점포를 통폐합했고, 4분기 추가로 줄일 예정인 점포도 8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점포 축소로 인한 금융소외계층 피해를 최소화하고, 생활금융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복합점포, 공동점포, 이동식 점포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는데 그중에서도 금융과 유통을 결합한 ‘혁신점포’가 이목을 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BGF리테일, GS리테일과 손잡고 이달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영업하는 편의점 혁신점포를 선보였다.

하나은행과 편의점 CU가 합쳐진 ‘CU마천파크점’은 서울 송파구 마천동에 위치한다. 그동안 이 점포 기준 인근 500M 내에는 은행 점포와 금융자동화기기(ATM)가 없었다. 하나은행은 이 점포를 통해 금융업무가 필요한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첫 편의점 혁신점포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자리한 GS25 편의점으로, 은행 지점이 멀리 떨어져 있어 이용하기 불편한 지방 소도시의 금융 접근성 향상을 위해 ESG 경영 관점에서 선택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편의점은 우리 생활에서 가장 쉽고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으로, 점차 그 역할이 다양해지고 손님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은행 점포 수가 감소하는 추세에서 편의점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면, 손님께 좀 더 편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편의점 등 오프라인 제휴 공간을 통해서 두 회사의 상품, 결제 등의 다양한 제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 편의점 혁신점포 내 '스마트 셀프존' . ‘CU마천파크점’에는 1개의 부스가 설치돼 있으며 이용에 익숙치 않은 고객들을 위해 종합금융기기(STM) 전면에는 상담원 즉시 연결 안내 문구가 붙여져있다.(사진=안소윤 기자)
하나은행 편의점 혁신점포 내 '스마트 셀프존' . ‘CU마천파크점’에는 1개의 부스가 설치돼 있으며 이용에 익숙치 않은 고객들을 위해 종합금융기기(STM) 전면에는 상담원 즉시 연결 안내 문구가 붙여져있다.(사진=안소윤 기자)

정말 이용이 편할까? 기대 반 우려 반


편의점 혁신점포에는 고기능 ATM 기기인 스마트 키오스크와 은행원 화상 상담이 가능한 디지털 기기가 설치돼있어 금융거래를 위한 신분확인 및 바이오 인증부터 통장 재발행, 보안카드(OTP) 발급, 펀드·신탁·퇴직연금·대출 등 은행 창구 80% 수준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열린 공간이자, 일반 은행 점포보다 대기 공간 등이 협소한 편의점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는 금융거래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등 보안 신뢰성에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 같은 우려에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은행원과 화상 상담이 진행되는 스마트 셀프존과 디지털 데스크를 별도 방(부스)으로 분리된 형태로 설치했다.

큰 소리로 은행원과 통화해도 밖에서는 내부 소리가 들리지 않고, 서류 작성 등도 프라이빗(privit)하게 진행된다.

또 디지털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편의점 혁신점포의 영업 방식이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고객이 최근 거래했던 금융상품과 유사한 상품에 가입할 경우 이전과 공통된 사항은 간소화된 형태로 설명하며 동영상이나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화면 속 상담원의 구두를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

상품 가입 시 필수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계약서류는 하나은행의 경우 고객 이메일로, 신한은행은 모바일뱅킹 쏠(SOL)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비대면 디지털 기기가 생소할 수 있는 고령층을 위한 서비스도 각별하게 신경 썼다.

두 은행 모두 편의점과는 서비스 제공 공간만 공유할 뿐, 사업은 별개로 운영되기 때문에 편의점 직원은 은행 고객을 응대하지 않는다.

하나은행은 고객이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면 상담원이 직접 화면에 펜으로 표시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원격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새로운 점포 형태에 대한 고객의 적응을 돕기 위해 올해 말까지 현장 매니저를 배치, 직접 이용방법을 안내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고객 문의 사항 발생 시 휴대폰 문자로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접속 주소(URL)를 보내는 ‘거래 연결 URL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방 소도시에 위치한 편의점 혁신점포의 경우 고객 수요가 펀드 등 가입절차가 복잡한 상품보다 예·적금 및 대출 연장, 공과금 납부 등 다소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대부분일 것이란 점에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도 금방 적응해 이용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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