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생활돋보기 20]
근로·임금 체계상 탄력점포 확대 어려워지자
대안으로 ‘점심시간 집중근무제’ 도입 급물살

핀테크 활성화에 줄어들었던 탄력점포가, 핀테크 활성화에 다시금 필요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탄력점포란 은행의 일반적인 영업시간(평일 9시~16시)과 달리 은행 고객 수요에 맞춰 변형근로시간제로 운영되는 점포를 말한다.

은행권에 탄력점포 이슈가 처음으로 부상한 건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도 은행들은 정규 영업시간 외 대고객 업무가 불가능한 관공서 소재 점포나 환전 업무만 영위하는 환전센터를 제외하고 은행별로 거점지역 10여 곳에서 탄력점포를 운영하긴 했다.

그러나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점심시간에 대기 고객이 집중되는 은행권 상황을 두고 “오후 4시면 문 닫는 금융회사가 한국 외 어디 있느냐”며 질타했고, 은행들은 탄력점포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직후엔 탄력점포가 늘어나는 듯했으나, 10년 가까이 지난 현시점에선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전체 탄력점포는 총 163곳(관공서 소재·환전센터·고기능 금융자동화기기(ATM) 설치 점포 제외)에 그친다.

국내 주요 은행의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만이 ‘9 to 6 Bank’, ‘After Bank’ 유형의 탄력점포를 적극 운영하며 총 85개로 크게 늘었을 뿐, 나머지 은행은 지난 2015년과 비교해 탄력점포 수가 오히려 줄었고 이마저도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특화점포가 대다수였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핀테크 기술 발전에 의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설명한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비대면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서 경영비용을 절감하고자 점포와 임직원 규모를 줄여나가는 와중에 오후 늦게까지, 혹은 주말에도 운영하는 탄력점포를 늘리기 쉽지 않다는 것.

특히 현행 은행권 근로 형태와 임금 체계에서 변형근로시간제를 확대하기엔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다. 안 그래도 현재 은행권 노동조합에선 점포 업무 강도가 높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중이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 지점에 대기고객이 31명이 밀려있다.(사진=안소윤 기자)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 지점에 대기고객이 31명이 밀려있다.(사진=안소윤 기자)

문제는 은행의 점포 축소 움직임이 다시금 탄력점포 확대 필요성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직장인 고객은 “요즘 금융 앱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지만, 정책대출 등 대면상담이 필요한 업무는 은행에 직접 방문해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갈수록 점포는 줄고, 영업시간은 한정적이어서 너무 불편하다”고 짚었다.

은행권은 일단 직장인 고객의 이용 편의성을 한층 높일 수 있도록, 점심시간에 영업점 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점심시간 집중근무제’ 확대 방안을 대안으로 삼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서울 영업점 5곳(강남역종합금융센터·교대역·여의도증권타운·서소문·가락동)에서 점심시간 집중근무제 시범 운영을 마친 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점심시간 집중 상담 운영 지점을 전국 41곳으로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8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3개월 동안 서울 영업점 3곳(방배동금융센터·삼성타운금융센터·오류동지점)에 점심시간 집중근무제를 시범 도입한다. 시범 운영의 효과를 파악한 후 다른 영업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영업점포 밀집도가 낮은 지역의 고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은행 간 공동 점포나 편의점 같은 다른 산업군과 융합 점포를 늘리고자 노력 중이나, 편의성 개선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다”고 짚었다.

이어 “점심시간을 활용해 은행 업무를 보려는 수요가 가장 많은 만큼, 점심시간 집중근무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걸 고심하고 있다”며 “시범 운영을 통해 고객 수요 추이를 관찰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