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생활돋보기 6]
전문성 높은 모집인, 수수료 부담은 제로
‘신용대출’은 앱으로 더 빠르고 간편하게

# 첫 전세 계약을 앞두고 보증금 대출을 알아보려던 A씨는 요즘 은행 창구상담 대기시간이 길다는 소식에 날 잡고 발품을 팔아보고자 연차를 신청했다. 이를 본 직장 동료 B씨는 ‘대출모집인’을 통하면 은행 영업시간과 상관없이 원하는 장소에서 상담할 수 있고, 별도의 중개 수수료도 없다며 추천했다. A씨는 대출모집인을 통하면 이율이 높아지거나 향후 만기연장 또는 금리 인하권 행사에 불리하진 않을까 생각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대출 규제에 금리 인상기 속 대출 이자를 한 푼이라도 줄여보려는 수요로 은행 창구 일선에는 대출을 상담하려는 고객이 줄을 잇고 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점포 수를 빠르게 줄이고 있는 은행들은 창구로 집중된 대출 상담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대출모집인을 활용한다.

대출모집인은 금융사(은행)와 대출 모집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대출 신청 상담과 신청서 접수 및 전달 등 금융사가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출상담사 또는 대출모집법인을 말한다. 제도적으로 보장된 여신 영업 방식 중 하나다.

국내은행에 등록된 대출모집인은 지난해 말 기준 약 4500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2018년 약 3800명에서 2년 새 18% 늘었다. 같은 기간 언택트(비대면) 금융 서비스 활성화 추세에 카드모집인 수가 26%(1만2600→9200명) 가량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대출은 신청 시점에 따라 자격 요건과 한도, 우대금리 등 조건이 달라지고 계약 체결 시 작성·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복잡해 비대면으로 소화하기 힘들다는 일반적인 상품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풍부한 수요, 직접 대면의 필요성으로 대출모집인 시장은 어느 때보다 활황”이라고 말했다.


이자 20%가 모집 수당? “은행이 부담”


다만 대출모집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으로 접촉을 꺼리는 이들도 많다.

대출모집인은 금융사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자로, 금융사 소속이 아니다 보니 큰돈을 빌리는 일에 불건전 영업행위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불안감과 상담이 한 단계를 더 거쳐 이뤄진다는 점이 이율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팩트를 체크해보면, 일단 대출모집인의 수입은 은행에 대출 건수를 알선하고 받는 수수료다. 고객에게는 어떤 경우에도 중개 수수료를 요구할 수 없다. 대출모집인으로부터 별도 수수료 얘기를 들었다면 불법이니 응할 필요 없고 금융사 또는 금융감독원에 신고할 수 있다.

은행이 대출모집인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는 최종 집행된 대출금에 비례해 산출되며 은행별 수수료율은 은행연합회 대출모집인 통합조회시스템을 통해 정기적으로 공시된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수수료율 평균은 담보대출 0.23%, 신용대출 1.30%로 집계됐다.

예컨대 신용대출로 1000만원을 연 5%에 1년간 빌린 고객이 50만원을 은행에 이자로 내면 이 중 26%에 해당하는 13만원(대출금의 1.30%)이 모집인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영업망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출모집인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함으로써 그 비용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출모집인에 대한 수수료가 그대로 고객에게 전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모집인 수수료는 전체 마케팅비에 포함될 뿐이며, 고객 대출금리 상승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경쟁은행과 관계도 있어 무작정 금리를 높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대출모집인과 관련한 보이스피싱, 대출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선 은행연합회에서 운영하는 대출모집인 통합조회시스템을 통해 담당 모집인을 검색하고, 정상 등록된 모집인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대출모집인은 고객정보를 외부에 유출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없다. 만약 대출모집인의 위법·부당한 행위로 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대출모집인 제도 모범규준 제11조 및 제16조에 따라 금융사가 그 손해를 보상하도록 규정돼있다.


신용대출은 앱, 정책상품은 모집인이 유리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된 핀테크(IT+금융) 활성화 바람에 대출모집인 채널 생태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점포를 줄인 은행의 앱 서비스 강화, 토스·카카오페이·핀다 등 대출 비교 플랫폼 등장으로 담보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사 체계가 간단한 신용대출의 한도·금리 비교가 온라인상에서 쉽고 빠르게 간편해졌다.

금리 측면에서도 영업 비용을 절감해 혜택을 늘린 비대면 전용 신용대출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해지면서 대출모집인의 의존도가 미미해졌다.

신용대출 모집인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은행은 제도가 도입된 지난 2012년 말 12곳에서 4곳(기업·씨티·신한·전북)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취급액 중 대출모집인 채널 평균 비중 역시 16.1%에서 1%대까지 급감했다.

대신 담보대출 모집에 집중하는 만큼 해당 상품에 대한 모집인들의 전문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담보대출도 비대면 상품이 출시되고 있긴 하나, 신용대출보다 용어가 더 생소하고 갖춰야 하는 서류도 많아 복잡하다”며 “모집인을 통하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상담이 가능하다. 물론 은행을 방문해야 하는 업무도 있지만, 횟수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출뿐만 아니라 각종 업무를 소화해야하는 창구 직원(은행원)보다 모집인과 더 상세한 상담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정책금융상품의 경우 심사 기준과 제출 서류들이 제각기라 창구 직원들은 아무래도 모든 상품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고 있기 힘든데, 이런 부분에서 대출에만 주력하는 모집인들이 더욱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며 심사부와의 협의도 더 수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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