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적립금 신한, 최고 수익률 KB
시장점유율 수성 위한 자화자찬 일색
“단기 성과 부각…소비자 혼란 우려”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으로 340조원 규모의 머니무브가 예상되자 은행이 저마다의 기준으로 ‘1위 타이틀’을 내세우고 있다.

24일 신한은행은 올해 2분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판매·운용 실적에서 적립금 약 3333억원을 확보해 퇴직연금사업자 중 적립액 1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의 조기정착을 위해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퇴직연금 고객관리센터를 신설하는 등 가입 고객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 서비스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KB국민은행은 ‘디폴트옵션 고위험상품1’이 올해 2분기 전체 디폴트옵션 상품 수익률 중 1위 실적(3개월 5.83%, 6개월 14.16%)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성과 우수 펀드 및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약 5400회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성 상품의 운용 비중을 결정했다”며 “이번 높은 수익률은 고객 투자성향, 생애주기 적합도, 운용사 인지도 등을 고려해 고객 입맛에 맞는 상품을 만든 결과”라고 설명했다.

앞서 하나은행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 1위를 달성하고, 개인형퇴직연금(IRP)과 확정기여(DC)형 수익률도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 말 대비 2조2000억원이 증가한 2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리 경쟁력이 있는 원리금보장상품과 채권, 펀드 등 다양한 투자상품으로 구성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공, 수익률 제고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얻어낸 성과”라며 “‘연금관리 1등 은행’으로서의 명성을 성과로 입증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은행이 ‘퇴직연금 1등’ 마케팅에 치열한 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의무화가 지난 12일 본격 시행된 가운데 자금 유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제도로, DC형과 IRP 가입자가 적립금에 대해 별도로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금융회사가 사전에 지정한 방법으로 자동 운용하는 방식이다.

금융권에서는 디폴트옵션 의무화로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적립금을 보다 공격적으로 운용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금융회사로 자금을 옮기는 움직임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그동안 안정적인 원리금 보장으로 시장을 지켜왔던 은행들이 퇴직연금 운용 역량을 강조하며 점유율 수성에 열을 내고 있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커 은행들이 주목하고 있다”며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고객 유치를 위해 저마다 ‘퇴직연금 운용 강자’라는 우호적 이미지 쌓기에 애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은행의 과열 경쟁이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는 데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노후를 위한 중장기 설계인 만큼 가입자 개인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측면에서의 판단이 필요한데 금융회사들이 단기 실적을 부각해 홍보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위로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한편 지난달 말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1조1019억원으로 올 1분기(3019억원) 대비 세 배 넘게 증가했다. 이 중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 등 6개 은행이 취급하는 적립금은 9849원에 달했으며 신한은행이 3333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위험등급별로 △초저위험형 기업은행 2.21% △저위험형 농협은행 4.96% △중위험형 농협은행 7.04% △고위험형 국민은행 14.16%를 기록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na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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