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 90조 ↑
분기새 4조 늘어, 이중 3.4조가 IRP
베이비붐 세대 은퇴, 투자 문화 영향
증권사 퇴직연금 시장에서 DB형 점유율이 50% 밑으로 내려갔다. 대신 세제혜택으로 무장한 IRP가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14개 증권사의 확정급여·확정기여·개인형 퇴직연금(DB·DC·IRP)의 총 적립금은 90조7041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조9644억원(4.57%) 증가했다.
특히 두드러지는 건 IRP다. 같은 기간 증권사 IRP 적립금은 25조5602억원으로 3조3714억원(15.2%) 증가했다. 14개 증권사 모두 IRP에서 적립금 순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DC형 적립금도 22조622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말 대비 1조7654억원(8.46%) 늘었다.
반면 DB형은 42조5212억원을 기록해 전년 말 대비 1조1724억원(2.7%) 감소했다. 자사 퇴직연금 물량이 많은 현대차증권이 6409억원 감소했고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도 각각 2353억원, 1714억원 감소했다.
적립금 변동으로 올해 1분기 말 증권사 DB형 점유율은 46.9%를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50.3%) 대비 3.4%포인트 감소한 수치로 그간 이어온 DB형 과반 점유율이 무너졌다.
빠진 점유율은 DC형과 IRP가 흡수했다.
증권사 DC형과 IRP의 점유율은 각각 24.9%, 28.2%로 전 분기 대비 각각 0.9%포인트, 2.7%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퇴직연금을 조금이라도 관여해 운용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DB형의 실수요층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자금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퇴직금 투자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세액공제와 과세이연 혜택이 있는 IRP의 성장세가 가파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내년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앞둔 가운데, 절세혜택이 많은 IRP가 주목받고 있다”며 “증권사 IRP의 경우 은행, 보험 등 기타 사업자보다 투자 정보가 많고 거래가 편리해 투자금 유치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1분기 말 기준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 1위는 미래에셋증권으로 25조5177억원(28.1%)의 적립금을 기록해 압도적 1강 체제를 공고히 했다. 이 뒤를 이어 △현대차증권 16조3804억원(18.1%) △한국투자증권 13조5714억원(15%) △삼성증권 12조8612억원(14.2%) 순으로 적립금 규모가 컸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