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원의 쉽게 푸는 자본시장 10
계속되는 상장사 횡령
최근 발표된 금감원의 회계감리 지적사항에 따르면 회사의 자금·회계담당 직원이 내부통제 허점을 악용해 회사 자금을 횡령하는 사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5년 이상을 자금팀에서만 근무한 A사 자금담당 과장은 계좌이체 및 전표입력 등 자금 관련 통제절차가 허술한 점을 파악해 자금을 횡령하기로 계획하고 회사 계좌의 자금을 본인의 은행계좌로 이체하고, 장부상 현금잔액과 실제 현금잔액의 차이를 맞추기 위해 횡령액을 거래처 매입채무 지급으로 위장했다.
회사의 내부통제 미흡으로 횡령 사실이 발각되지 않자 그는 동일한 수법으로 횡령을 약 5년 이상 반복했고, 결국 누적된 횡령액의 규모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횡령사실 자백함으로써 적발이 된 것이다.
임원 횡령·배임, 엄격 조치
상장사들의 잇단 횡령 사건이 발생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건전한 자본시장을 위해 주주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피해회복 여부에 대해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거래소 공시 규정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상장 법인 직원이 자기 자본금 대비 5% 이상의 횡령·배임시 공시 의무가 있다. 대기업의 경우는 자기자본 대비 2.5% 이상 횡령·배임시 공시 의무가 있어 보다 엄격하다.
임원의 횡령·배임시에는 금액에 상관없이 공시의무가 발생한다. 또한 공시의무 발생의 기준이 되는 횡령·배임시는 법원의 확정 판결이 아니라 수사기관 고발 및 수사의뢰 시로 범위가 확장된다. 이는 해당 상장법인의 주식거래를 계속 유지할지, 정지할지에 관한 상장적격성에 대한 실질심사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한편, 국내 대부분의 상장사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은 회사 임원의 횡령·배임으로 주주가치 훼손시 피해 회복 여부를 계속 모니터링 하며, 주주대표소송 제기 여부를 논의하기도 한다.
직원 횡령·배임엔 미흡, 개선필요
상장사 직원의 횡령·배임은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사건임에도 외부에서 알기 어렵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직원 횡령액이 2215억원으로 천문학적 액수이므로 공시기준을 초과했기에 다행히 공시가 됐으나, 수십억 원 규모의 횡령 사건조차 공시기준에 미달해 공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회사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으면 쉬쉬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회사에 횡령·배임 사고가 있음을 회사 임원들이 알고도 피해 회복을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부작위에 의한 배임’의 위험이 있다. 업무상배임죄는 타인과의 신뢰관계에서 일정한 임무에 따라 사무를 처리할 법적 의무가 있는 자, 즉 회사의 임원이 그 상황에서 당연히 할 것이 법적으로 요구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 부작위에 의해서도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21. 5. 27. 선고 2020도15529 판결).
현재의 상장사 횡령 공시 기준이 느슨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있어 왔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횡령 관련 공시 기준은 다른 공시규정보다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애초에 공시기준에 미달하여 주주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사건들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해당 사건들을 임원 횡령·배임의 경우와 같이 즉시 공시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추후에라도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횡령 배임 사고에 대한 피해회복 조치 여부를 주주와 시장에 알리는 것이 필요함을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