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원의 쉽게 푸는 자본시장 11

송태원 법무법인 해광 변호사
송태원 법무법인 해광 변호사

부실사태에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란 특정 사업에서 발생하는 장래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해 개발사업을 하고, 사업이익으로 대출을 갚아나가는 구조다. 부동산 PF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당사자가 금융기관과 건설사다.

PF부실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은 장래의 현금흐름이 예정대로 원활하지 않아 금융기관에게 부실채권이 발생하거나 혹은 시공사가 공사를 완공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금융기관과 건설사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부실이 현실화되는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PF부실사태를 주로 금융기관과 건설사의 책임 문제로 다루고 있다.

PF부실사태에서 잘 드러나지 않은 주인공이 있는데, 바로 부동산 개발 시행사다. 

시행사, PF 지휘자 역할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시행사는 일을 시작하고 끝낼 때가지 업무를 총괄하고 조율한다. 사업지 선정에서부터 토지 매입 협상, 돈을 빌려줄 대주단 구성, 건설사와 도급계약 체결, 원활한 분양사업을 위한 홍보 및 분양계약 등 부동산 개발사업의 거의 모든 일들이 시행사의 주관 하에 진행된다.

시행사는 개발사업의 사업이익을 보고 가장 먼저 자금을 투자하고, 가장 마지막에 자금을 회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데 있어 소요되는 비용의 항목은 ①토지계약금 및 초기용역비, ②토지 중도금과 잔금 및 각종 사업비, ③공사비, ④대출 상환금이다. 위의 ②, ③, ④ 항목은 PF를 통해 자금이 융통되지만, 초기비용은 시행사가 지출하는 금액이라 할 수 있다.

시행사가 사업의 초기비용을 부담한다고는 하지만, 이 항목의 비용은 전체 비용의 10%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정부도 국내 PF의 근본적 문제점이 시행사의 낮은 자기자본 투입 비율(총사업비의 10%)이라고 보는 이유다. 개발자금은 금융사 PF대출과 건설사 채무보증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 악화시 금융사와 건설사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

부실 책임 지지 않는 시행주체

시행사는 특정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된 법인인 경우가 많다. 특정사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라 할 수 있다. 전체 개발사업을 주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책임 자산은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시행사의 오너로서 최종적인 개발이익을 향유하게 될 시행주체에게 개발사업과 관련된 각종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책임을 지우는 계약이 업계의 관행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행주체는 한 지역의 개발사업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성이 좋은 수십 곳에서 복수의 시행법인을 세워 동시다발적으로 PF를 일으켜 개발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행주체의 과도한 사업추진이 부동산 경기 악화에 대비하지 못한 원인이 된 측면이 상당하다.

그런데 시행사의 오너로서 개발이익을 향유하는 시행주체는 개인이고, 개발사업과 관련된 각종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책임을 이행할 만큼 자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 명의로 재산을 보유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복수의 시행법인을 운영하면서 다른 특정 법인에 이익을 몰아두는 등으로 개인의 책임은 면하려 하기 때문이다.

법원, 제도 남용해 책임 면탈시 법인격 부인론 적용

회사는 별도의 법인격을 가진다. 따라서 회사의 책임을 원칙적으로는 그 배후에 있는 사업주체 개인에게 물릴 수 없고, 사업주체 개인의 책임을 그가 지배하는 회사에 물릴 수 없다.

그런데 회사 제도를 남용해 채무를 면탈하는데, 그러한 상황을 방치하는 것이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경우 법인격이 예외적으로 부인될 수 있다. 바로 법인격 부인론이다. 법인격 부인론은 회사의 독립적인 법인격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즉 주주의 유한책임제도를 악용해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경우에 일시적으로 법인격을 무시하고 회사의 책임을 주주 개인에게 묻는 이론이다.

또한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개인이 자신의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서 회사를 설립하고 자신의 책임 재산을 회사로 빼돌리는 경우도 있다. 역시 회사 제도를 남용해 개인의 책임을 면탈하는 경우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고 회사의 재산을 지배주주의 개인재산처럼 취급해 책임을 지우는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21. 4. 15. 선고 2019다293449).

PF부실 사태의 처리와 관련해 금융기관과 건설사의 자구노력 등 책임분담이 논의되고 있다. 시행사 등 개발주체는 부동산개발과 PF에서 전체적인 주관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책임주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실제 분쟁사례에서는 법인제도를 통해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복수의 시행법인을 설립하여 개별 법인의 회계구분을 무시하고 자금을 혼용하면서 개인의 사금고처럼 회사제도를 악용한 경우에는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에 따라 책임주체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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