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외국환거래법 위반' 공통 지적
우리·신한, '경영유의·개선'만 50건 안팎

잇단 횡령과 부정대출 등으로 은행권의 부실한 내부통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5대 시중은행이 올해 금융 당국으로부터 무더기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환업무부터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터지는 영업점의 여신 업무 등을 제대로 하라며 금융감독원이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특히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기관 제재 외에 받은 경영유의·개선 조치만 50건 안팎에 달해, 내부 감시망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감원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올해 들어 총 8건의 기관 제재를 받았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각각 2건,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1건의 제재 조치를 받았다.

은행들이 공통으로 제재를 받은 사안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건이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거주자가 해당 거래의 당사자가 아닌 자와 지급·수령을 하려는 경우 한국은행 총재에게 신고해야 한다.

또 은행장은 건당 5000달러를 초과하는 지급에는 신고 대상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지급 등의 사유와 금액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받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은행은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업무 일부정지, 과태료, 최대 3억3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가장 큰 과징금을 부과받은 국민은행의 경우 일부 지점에서 수입거래대금 167만달러를 제3자 계좌로 송금하면서 한국은행 신고 대상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은행과 나머지 은행도 5000달러가 넘는 수입거래대금 지급 과정에서 증빙서류를 제출받지 않거나, 중대한 형식상 하자 또는 내용상 오류가 있음에도 이에 대한 확인을 하지 않았다.

5대 은행이 받은 경영유의·개선사항 조치 건수는 더 많다. 우리은행이 57건(경영유의 22건·개선 35건)으로 가장 많은 경고장을 받았으며, 신한은행이 47건(경영유의 15건·개선 32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KB국민은행 11건(경영유의 7건·개선 4건) △하나은행 4건(경영유의 1건·개선 3건) △NH농협은행 2건(경영유의 2건) 순이다.

비징계적 성격의 경영유의·개선은 문제가 생기기 전에 경영상 취약한 부분을 고치라는 차원의 행정 조치다. 경영유의를 받은 금융사는 6개월 이내, 개선사항은 3개월 이내로 금감원에 조치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이 가운데 횡령, 부당대출 사고로 논란이 인 우리은행은 내부통제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임직원 위법행위 징계 절차 강화를 비롯해 내부감사 업무 개선, 준법감시인의 전문성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다.

우리은행은 내규 '검사업무지침'에 따라 검사 종료 후 검사결과를 종합 정리한 검사보고서를 작성, 상임감사위원에게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보고서에 징계 기준이나 양정 수준 등에 대한 검토내용을 기재하지 않아 객관성이 확보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임직원 위법행위에 대해선 분리처리 절차가 부재했다. 다수 위규행위 중 일부 행위에 대한 조치지연 사유가 발생했을 때, 지연 사유와 관계없는 위규행위에 대해서도 조치를 지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징계권자인 은행장에게 인사협의회 결과 보고 시 단순 징계 결과만을 보고하고 있어 징계절차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신한은행 역시 개인여신을 감리하는 독립적인 조직이 없다는 점, 감사업무 수행 및 사후관리 등이 일부 미흡하다는 점, 명령휴가제도 운영이 미흡하게 이뤄진다는 점 등이 취약점으로 지적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액의 횡령사고 등 내부통제 부실로 은행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고 있다"며 "내부통제 시스템 운영의 적정성과 명령휴가 제도 등 운영실태를 점검해 금융사고 예방, 대응체계의 실효성을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이진희 기자  lj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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