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김치 분야 최초, 최연소 명인 타이틀 보유
김치 담그기 생명은 ‘절임’ 소금물 비율 10대 1
김치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86년, 햇수로 38년이 되었다. 농림식품부로부터 ‘포기김치’ 분야의 식품명인 타이틀을 받은 지도 15년이 되어간다.
명인 지정 당시 ‘최연소’ 식품명인이었다는 이력까지 가지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서 풍미식품을 운영하는 유정임 명인의 이야기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김치 홍보대사’를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이달 초 유정임 식품명인은 대한민국식품명인협회 식품명인체험홍보관(관장 조윤주)에서 김치 담기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여름철에 맞춰 계절 김치(열무김치, 오이소박이)와 포기김치 담기를 직접 시연하고 명인의 설명에 따라 체험객이 직접 김치를 담는 행사여서인지 평소보다 많은 체험객이 참여했다.
행사의 시작은 김치의 정의로부터 시작됐다. ‘김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체험객들이 문장으로 풀어서 답한 경험이 없어서인지 선뜻 답하지 못하자, 유 명인은 “배추와 무 등의 채소를 여러 부재료와 섞어 자연발효시킨 음식”이라고 말한다.
알고는 있지만, 너무 익숙해서 답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이어진 질문은 “김치의 날이 언제인지 아시나요. 11월22일입니다. 11가지 이상의 부재료로 22가지 이상의 효능이 있어서 이날로 지정된 것이죠.” 유 명인은 본격적인 체험에 앞서 김치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을 펼쳐놓았다.
김치의 날은 물을 제외하면 식품 기념일로 유일한 사례다. 그만큼 김치는 우리 민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여름이 되면 중고랭지 배추가 나옵니다. 영월과 평창의 배추죠. 그리고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대관령 등 해발 800m 이상에서 자란 고랭지 배추가 시장에 나오고요. 김장철이 되면 해남과 진도처럼 남쪽 배추가 나오면서 본격 김치 시즌이 됩니다. 남쪽 배추는 이듬해 초봄까지도 출하되니 사철 김치를 담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고랭지 배추가 등장하면서 사철 포기김치를 담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유 명인의 설명이다.
그래서 유 명인은 봄철에 한 번 더 김장하는 것을 추천한다. 여름 배추는 아무래도 병충해에 약해 살충제를 뿌리기 때문에 월동배추로 김치를 담으면 이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정임 명인의 포기김치는 중부식이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담는 김치를 말한다. 그래서 양념에 넣는 젓갈류도 남부식과 다르다. 남부 지방은 멸치와 갈치 등을 사용하지만, 중부식은 새우젓과 황석어젓을 주로 사용한다. 배추소에 넣는 양념의 정도도 남부식과 다르다. 아무래도 중부식이 소금간을 적게 한다는 것이다.
김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임’이라고 한다. 소금은 국내산 소금을 사용해야 되는데, 국내산은 손가락 사이에 쥐면 고르게 부서지고 단맛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산은 고르게 부서지지 않는다고 한다.
유 명인의 배추절임은 물과 소금의 비율이 10대 1인 소금물에 절인다. 여름철에는 7~8시간, 겨울에는 12시간 동안 둔다. 그리고 배추는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김장김치를 담글 때는 따뜻한 성질의 찹쌀풀을 넣어 젖산 발효를 유도한다. 여름철에 먹는 열무김치는 더운 여름에 먹는 보약같은 것으로 찬 성질을 가진 밀가루풀을 쓰는 것이 좋다고 유 명인은 조언한다.
유 명인의 포기김치 담는 법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배추의 뿌리와 겉잎을 제거하고 절반으로 자른다. 소금을 녹인 물에 자른 배추를 넣고 절인 뒤 씻어서 30분가량 물빼기를 해준다.
그동안 김치에 넣을 양념을 준비하면 되는데, 차례는 다음과 같다. 우선 깨끗이 세척한 무로 0.4cm 두께로 고르게 채 썰어 무채를 만들고, 믹서기로 곱게 간 무즙도 함께 준비한다.
양파와 마늘, 생강은 곱게 갈아 즙으로 만들고, 밤은 0.4cm 두께로 채를 써는데 밤과 잣은 김치의 풍미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므로 같이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유 명인은 말한다.
이어 쪽파와 부추, 미나리, 대파는 2.5~3cm 길이로 썰어 준비하고 다시마 육수와 고춧가루, 배, 사과 등도 곱게 갈아 둔다. 이제 배춧잎 사이사이에 준비한 양념소가 고루 들어가도록 발라주면 된다.
현재 유정임 명인은 경기도 수원에서 풍미식품을 운영하면서 30여 종의 김치를 담고 있다. 특히 유 명인은 3년 묵힌 묵은지도 판매하고 있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