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 30조원 뚫고 ‘신한·국민 양강구도’ 위협
‘실물이전 제도’ 시행으로 성장 가도 탄력 기대
하나은행이 연말을 앞두고 퇴직연금 영업에서 뒷심을 내고 있다. 지난 3분기에만 88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으며 적립금 증가액이 은행권 중 최고 실적을 자랑했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확정급여형(DB형)·확정기여형(DC형)·개인IRP 합산) 적립금은 지난 9월말 기준 37조7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말(30조1416억원)과 비교해 22.77%(6조8662억원) 증가한 수준으로, 적립금 증가액이 전체 은행 사업자 중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은 16.56%에서 17.59%로 확대됐다.
그간 퇴직연금 시장은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양강 구도로 전개돼왔다. 지난 9월말 기준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2조7010억원, KB국민은행은 39조5015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하나은행의 적립금 증가 추이는 신한과 국민의 2강 구도까지 깰 기세다.
지난해 3분기 30조원을 뚫은 후로 더욱 속도감 있게 불려 나가며 올해 직전 한 분기에만 8781억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 증가액(4979억원)의 2배에 이르는 규모다.
하나은행의 약진 배경에는 수익률 성과가 있다.
하나은행은 DC형 최근 1년간 운용 수익률 부문에서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3분기 말까지 6분기 연속 시중은행 중 1위를 달성했다.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 포털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최근 1년간 DC형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원리금 비보장 상품은 14.14%, 원리금 보장 상품은 3.69%로 각각 집계됐다.
이와 함께 개인IRP 원리금 비보장·원리금 보장 부문에서도 모두 2위, DB형 원리금 보장 부문 1위 등 전체적으로 고른 성과를 거뒀다.
특히 지난달 31일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하나은행의 성장 가도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제까지는 계좌를 옮기려면 투자하고 있던 상품을 모두 팔아 현금화해야 가능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퇴직연금계좌에서 투자하고 있던 상품 그대로 원하는 다른 퇴직연금사업자로 옮겨 탈 수 있게 됐다. 퇴직연금 사업자 간 수익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근로자 퇴직연금 집행을 연말께 하는 기업들이 많아 퇴직연금 시장은 연말이 가장 분주하다”며 “사업자들도 연말을 앞두고 수익률 관리에 힘쓰면서, 고객 유치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