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주의’ 이면엔 여전히 짙은 검찰 색
“업무 연속성 고려 안해”…난감한 실무진
2024년 12월 13일 14:1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임기 내 마지막 정기인사에서 부서장 75명 중 74명을 물갈이하고 공채 5기까지 끌어올리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관련기사 : 2024년 12월 10일 본지 보도, 금감원 부서장 74명 재배치…공채 5기까지 발탁>
금감원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부원장보 인사 발표 전 임원 회의에서 이미 파격 인사를 예고했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원장님이 100% 전권을 갖겠다고 얘기했다. 취임 첫해엔 50% 정도는 내부 추천을 받았는데 점차 수용도가 낮아지고 있다”라며 “내부적으로 가장 변화가 큰 정기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걸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보험의 경우 제3의 인물이 총책임자로 낙점되면서 업계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앞서 지난 18일 금감원 부원장보 9명 중 김영주(기획·경영), 박상원(중소금융), 김준환(민생금융), 차수환(보험) 부원장보 등 4명이 사임했다.
보험업계에선 차 부원장보 후임으로 박지선 인사연수국장(현 소비자보호 부원장보)과 서영일 보험감독국장(현 인사연수국장)의 양강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 국장은 금감원 통합 이전 보험감독원 출신으로 과거 보험감독국장을 지낸 바 있다. 서 국장은 금감원 공채 1기로 직전 보험감독국장을 맡아 유력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소비자보호를 담당하던 김범준 부원장보가 보험 부원장보로 이동하게 됐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이 원장이 강조하는 ‘성과주의’가 철저히 본인 중심에 맞춰져 있다는 뒷말이 나온다. 업무 연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사라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업권에 능통한 인물보다는 지시를 잘 따르는 직원의 승진을 우선시한 것 같다”라며 “검사 출신이다 보니 금융권 사정을 폭넓게 헤아리는 덴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에 승진한 한구 중소금융 부원장보(직전 은행검사2국장)는 올해 농협은행과 우리은행 검사를 거치며 이 원장의 신임을 두텁게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의 경우 원래 은행검사1국 담당이지만, 이 원장의 특별지시로 1국이 총괄을 맡고 2국이 실질적인 검사를 진행했다. 이 역시 한 국장에 대한 신뢰도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부서장 1명 외 전원 교체에 따른 인수인계 등으로 인해 직원들 업무 피로도는 가중될 전망이다.
금감원에선 연말을 ‘프리미엄 홀리데이’ 기간으로 정하고 휴가 소진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직원들은 새 업무를 파악할 시간이 모자라 휴가 쓰기가 눈치 보인다는 후문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연말로 예상됐던 기자단 송년회 역시 직원들 휴가를 권장하기 위해 신년으로 미뤘다고 들었다”라며 “그러면 뭐 하나,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토로했다.
프리미엄 홀리데이는 시간외수당 대신 내놓은 휴가 보상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신입 직원을 대폭 늘리며 시간외수당 예산을 조기 소진했고, 이 원장은 합당한 보상을 살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금융신문 이연경 기자 lyk@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