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예금을 두고 최근 국회와 은행이 설왕설래다.
휴면예금은 일정 기간 원권리자의 거래가 없어 소멸시효(은행예금은 무거래 5년, 보통예금은 10년)에 따라 휴면상태가 된 돈을 말한다.
금융사는 휴면예금을 전통시장 소액 대출, 미소금융 등 정책상품 재원에 쓰이거나 소멸시효 없이 원권리자가 찾아갈 수 있도록 서민금융진흥원(이하 서금원)에 자율적으로 출연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대법원에서 ‘정기적으로 이자가 지급되는 예금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온 이후 은행은 휴면예금의 출연 비중을 대폭 줄이고, 자체적으로 운용해 별도 이익을 내고 있다.
국회는 이 휴면예금을 원권리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우선이라며 서금원에 의무적으로 출연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데, 은행이 볼멘소리다. 각종 사회공헌 정책에 충분히 찬조하고 있는 와중 출연금까지 법제화하려는 건 월권일뿐더러 고객이 ‘안 찾는 돈’을 운용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입장이다.
그런데 휴면예금을 원권리자가 정말 알고도 ‘안’ 찾는 건 맞는 말일까. 서금원의 휴면예금 지급 실적을 보면 어불성설이다.
서금원에 따르면 휴면예금 및 보험금 출연금액은 지난 2019년 3296억원에서 2022년 4399억원, 지난해 6555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원권리자 지급금액은 지난 2019년 1553억원에서 2022년 3179억원, 지난해 3018억원으로 우상향을 지속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 때 얼마 되지 않는 휴면예금을 찾으러 가기 귀찮아서, 혹은 계속 두면 고금리 이자가 붙는다는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일부러 찾지 않는 고객이 있긴 했다”면서도 “요즘은 아니다. 온라인으로 쉽고 편하게 휴면예금을 주거래계좌로 옮길 수 있고, 정부 차원의 휴면예금 찾기 캠페인으로 휴면예금 지급 성과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은 서금원과 영업장 TV모니터 및 ATM에 홍보영상 송출, 포스터·리플릿 게시, 홈페이지·앱에 안내 배너 공지 등의 휴면예금 찾아주기 캠페인에 참여하는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생색”이라고 짚었다.
또 은행이 서민금융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도, 결국 휴면예금으로 돌려막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연합회가 발간한 ‘2023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당해 은행권이 사회공헌활동으로 서민금융 분야에 투입한 금액은 4601억원이며, 이 중 휴면예금을 통해 조달된 재원이 3288억원으로 전체의 71.4%를 차지했다.
그저 잊힌 계좌에서 잠자고 있는 줄만 알았던 휴면예금, 은행에선 주인 모르게 이리저리 움직이기 바빴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