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진행 중이나…금감원은 “긍정적”
계량기준 비공개…기업, 사전 파악 불가

금융감독원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심사 결과 발표 전임에도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으면서 ‘중점심사 유상증자’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증 소식 직후 “K-방산의 선도적 지위 구축을 위해 유증을 추진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지난 19일에도 이복현 금감원장은 삼성SDI 유증에 대해 “증권신고서상 투자자가 알아야 할 정보가 충분히 기재돼 있다면 일정에 차질 없이 심사를 처리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선도 기업이 수긍할 만한 내용으로 증자 및 투자에 나선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두 기업은 모두 중점심사 유증 대상으로 선정돼 현재 심사 중이다. 통상 유증 심사에 10영업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금융당국이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심사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중점심사 결과 전에 유증에 대한 의견을 내비친다면 추후 중점심사 대상이 되는 상장사는 유증 심사 준비만큼 당국의 반응을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점심사 선정 기준도 모호하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제도 발표 당시 증자 비율과 할인율, 신사업 투자 등 총 7가지 선정 기준을 발표했으나 계량적인 수치는 비공개해 상장사는 증권신고서 제출 전까지 중점심사 대상인지 알 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유증은 기업의 투자 쪽에 방점을 둬 긍정적인 입장이 나왔다. 사용 목적에 차별성이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중점심사 대상은 세부적으로 마련해 뒀고 명확한 기준에 따라서만 이뤄지고 있다. 심사 역량을 강화해 엄격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목표가와 투자 의견을 낮추고 있다. 

지난 21일 삼성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투자 의견을 ‘BUY’에서 ‘HOLD’로 낮추고 목표가를 각각 72만5000원, 7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LS증권도 지난 24일 목표가를 81만원에서 73만원으로 10% 하향 조정했다.

최정환 LS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를 내고 “필요한 투자였으나 내부 현금흐름과 유동자산 현금화, 사채조달이 아닌 유증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한 부분이 굉장히 아쉽다”며 “유통 주식 수 증가에 따라 단기적으로 주주가치 희석은 불가피하며 유증을 통해 모집한 자금이 실적으로 연결될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해소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에서 요청 및 요구 사항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글로벌 정세에 적시 대응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 유증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조속히 경영 성과를 끌어올려 주주에게 환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다음달 24일 신주를 배정하고 오는 6월 24일 유가증권시장에 신주를 상장할 예정이다. 유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주당 모집 가격은 60만5000원, 모집 총액은 3조6000억5250만원이다. <표 참고>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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