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이전 우려 딛고 5대 은행 적립금 182조
신한 적립금·KB 수익률 선두…하나 추격 양상
올 1분기에도 퇴직연금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은행 간 경쟁이 치열했다. 적립금 기준으로는 신한은행이 선두를 굳혔고, 수익률에서는 KB국민은행이 강세를 보였다. 하나은행은 빠른 성장세로 두 은행을 추격하며 ‘3강 체제’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81조98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9조5330억원)보다 14.1% 증가했다.
5대 은행 모두 전년 대비 적립금 규모가 늘어난 가운데, 국내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228조9986억원으로 불어났다. 전체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금(432조9813억원) 중 절반 이상이 은행에 집중된 모습이다.
이는 증권사(107조6188억원)와 보험사(96조3639억원)를 합친 규모보다도 크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실물이전 제도로 인해 자금이 증권사·보험사로 이동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지만, 실제로는 은행권이 여전히 시장의 중심축을 지키고 있다.
은행별로 적립금을 보면 신한은행이 46조3974억원으로 가장 많은 수치를 나타냈다. KB국민은행(42조7627억원), 하나은행(41조2443억원)도 40조원대를 돌파하며 바짝 추격 중이다.
세 은행 모두 전 분기 대비 고르게 성장하면서 ‘신한·KB·하나’ 중심의 3강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간 하나은행은 순증 기준으로 선두권에 이름을 올리며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우리은행(27조6017억원)과 NH농협은행(23조9832억원)은 적립금 규모에서 경쟁사와 격차를 보이며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적립금 외에 또 다른 경쟁 지표인 수익률에서는 KB국민은행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DC형 상품 수익률은 3.57%로 은행권 1위를 기록했다.
하나은행(3.55%)과 신한은행(3.50%)도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으며, 우리은행(2.84%)과 NH농협은행(2.58%)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개인형IRP도 비슷한 양상이다. KB국민은행이 4.01%로 가장 높았고, 이어 하나은행(3.75%)과 신한은행(3.71%) 순이었다. 반면 NH농협은행은 2.67%로 가장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DB형에서는 신한은행이 6.24%를 기록, 수익률 1위에 올랐다. 하나은행(5.43%), NH농협은행(5.16%) 등도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냈지만, KB국민은행은 4.99%로 5대 은행 중 가장 낮았다.
이번 1분기 실적은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은행권의 ‘방어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이다. 제도 변화로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된 만큼, 앞으로도 은행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향후 관건은 ‘안정성’과 ‘수익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누가 잡느냐에 달려 있다. 시장점유율을 지키려는 기존 강자들과 수익률을 무기로 치고 올라오는 후발주자들의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5대 은행의 1분기 원리금 비보장 상품 평균 수익률은 △DB형 5.37% △DC형 3.21% △개인형IRP 3.4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수익률인 △DB형 6.60% △DC형 10.19% △IRP 9.68%와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낮아진 수치다.
대한금융신문 이진희 기자 ljh@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