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자 식품명인, 단오 절기 음식 ‘차륜병’ 체험 행사
격자무늬는 액운 막고, 꽃문양은 부귀영화 담고 있어
쑥이 제철이다. 쑥을 넣어 만든 떡을 흔히 쑥개떡이라고 한다. 쌀가루와 쑥으로 만든 떡이다. 버무려 만든 떡도 있고, 찧어서 만든 떡도 있다. 그런데 이 떡이 신분 상승하는 경우가 있다. 떡을 찧어 길게 빼면 아무 무늬도 없어 무심해 보이지만, 여기에 무늬를 새기는 순간 떡이 달리 보이게 된다. 즉 떡살로 찍어내면 귀한 자리에 올리는 음식이 되고, 찍지 않으면 흔하게 먹었던 간식거리 떡이 되는 것이다.
흔히 ‘차륜병’이라 부르는 떡이 있다. 수레바퀴 모양의 무늬가 찍힌 떡이다. 쑥절편을 만들어 무늬가 새겨진 나무(또는 사기) 떡살로 눌러 모양을 냈다. 그렇다면 무늬를 새긴 나무 떡살로 떡을 만든 것은 왜일까. 모양을 꾸며 넣으면 겉보기에 예뻐서 더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그런데 단순히 모양 꾸미기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떡살을 눌러 새긴 모양마다 고유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수레바퀴 문양을 찍은 떡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현생에서는 인생이 수레바퀴처럼 잘 굴러가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윤회의 의미도 담고 있어 제사 떡으로 오르기도 한다. 또한 격자 모양의 떡은 액을 막아주는 상징이며, 꽃문양은 부귀영화를 뜻한다.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국화무늬는 장수, 포도무늬는 자손의 번영과 부귀, 그리고 석류무늬는 다산의 뜻을 담고 있다.
지난 4월 12일 대한민국식품명인협회 식품명인체험홍보관(관장 조윤주)에서 열린 차륜병 체험 행사에서 김왕자 식품명인을 만났다. 김 명인은 노티떡과 신과병 분야의 식품명인(2012년)이다. 김 명인은 차륜병은 단오 명절에 주로 먹던 절기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단오는 음력 5월 5일로 지금은 일부 지역에서만 챙기는 명절이다. 예전에는 설, 추석, 한식과 함께 4대 명절 중 하나였다. 차륜병을 만들 때 쓰는 쑥은 어린 쑥이어야 떡의 식감이 산다고 한다. 그래서 5월 단오 이전까지의 쑥만을 사용한다.
차륜병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멥쌀(쌀 500g 기준)을 준비해 3~4회 씻은 후 물에 8시간 담갔다가 체로 건져 1시간 정도 물기를 뺀다. 미리 준비한 쑥(100g)은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쳐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짜낸 후 잘게 썬다. 쑥의 양은 취향에 따라 더 넣어도 된다. 물기를 뺀 쌀은 방아로 분쇄하고 삶은 쑥을 넣고 다시 한번 분쇄한다. 방아가 없다면 판매하는 멥쌀가루를 사용해도 된다. 쌀가루에 소금을 넣고 고운 체에 내린다.
체에 내린 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넣어 익반죽을 하여 되직하게 만든다. 반죽은 적당한 크기로 떼어 둥글납작하게 모양을 만든 후 떡살에 기름을 발라 모양을 찍어낸다. 찍어낸 떡은 찜기에 넣고 20분 정도 쪄내어 한 김 식으면 기름을 발라 그릇에 담는다. 이때 충분히 식히지 않고 보관하면 떡이 상할 수 있다.
김 명인은 떡을 찔 때 찜기 뚜껑을 면포로 감싸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떡을 찔 때 생기는 수증기가 떡에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수증기가 모여 떡에 떨어지면 그만큼 떡이 물러진다는 것이다.
차륜병 시연을 한 김왕자 명인은 우리 떡과 자신이 명인이 된 노티떡과 신과병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조선시대 우리가 먹었던 떡은 200여 가지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남아 있는 떡은 많지 않다. 우리가 이름을 기억하는 떡은 더욱 그렇다. 그 정도로 떡 문화가 문화적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김 명인은 지켜야 하는 고유의 문화라는 점에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왕자 명인의 노티떡은 찰기장과 수수 등으로 만든 떡 반죽을 엿기름으로 먼저 발효한 뒤 참기름에 지진 떡이다. 오래 보관하고 먹는 떡으로 평안도 지역의 향토 음식이다.
신과병은 멥쌀가루에 밤과 대추, 단감 등의 과일을 넣고 녹두 고물을 두껍게 얹어 시루에 쪄낸 떡으로 주로 명절이나 손님 접대용으로 쓰였던 떡이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