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정체성 담기 위해 효모 직접 발굴해 양조
프리미엄 주류 만들기 위해 술병 금형 떠서 제작

2년 반 동안의 양조 실험을 마치고 이달에 신제품을 출시하는 강화도의 류양조장. 사진은 양조장 입구에서 홍원섭 대표(오른쪽)와 이순환 양조팀장이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다. 
2년 반 동안의 양조 실험을 마치고 이달에 신제품을 출시하는 강화도의 류양조장. 사진은 양조장 입구에서 홍원섭 대표(오른쪽)와 이순환 양조팀장이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다. 

증류주는 양조 기술의 종합예술이다. 재료는 물론 발효와 증류, 숙성 모든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증류주를 전문으로 하는 신생 양조장이 늘고 있다. 증류주에서 프리미엄 주류의 가능성을 보는 양조인이 늘어난 까닭이다. 연전에 문을 연 경기도 광주의 ‘온증류소’와 오픈을 앞둔 인천 강화도의 ‘류양조장’을 최근 취재했다. 공통점이 많은 곳이다. 증류소주를 생산하기 위해 증류기와 시설에 많은 투자를 한 곳이다. 증류기는 독일 회사인 ‘코테’사 제품이다. 증류기의 형태도 비슷하다. 16개의 칼럼을 장착한 동증류기다. 입국으로 술덧을 당화하고 주질의 풍미를 높이기 위해 소주 본류의 컷팅 알코올 도수도 높게 잡았다. 향후 위스키와 경쟁하기 위해 오크통 숙성 소주도 만들고 있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지향하는 향미의 방향은 비슷하지만, 양조자의 철학과 정체성만큼 양조 기술은 다르다. 차이만큼 두 양조장의 증류주 맛도 다르다. 오늘은 두 곳의 양조장으로 독자 여러분을 안내한다. <편집자주>

강화도에 멋진 양조장이 들어섰다. 양조장 외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심지어 마니산의 경치가 풍광을 보태주고 있다. 정확한 면적과 건평은 밝히지 않았지만, 지역특산주 면허를 가진 양조장 중 손에 꼽을 크기라고 말할 수 있다. 양조장의 경관도 내년쯤 ‘찾아가는 양조장’에 바로 선정될 수준이다. 건축설계는 더 퍼스트 펭귄에서 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류양조장(대표 홍원섭)이다. 정식 런칭은 7월 20일. 공식 오픈도 하기 전에 신생 양조장 취재에 나섰다. 준비과정과 술맛에 관한 소문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원하는 풍미의 술이 나오기까지 2년 반이 걸렸다. 신생 양조장이어서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설정하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남들과 같은 시선에서 시작하면 유사한 술밖에 만들 수 없다는 점을 홍원섭 대표는 잘 알고 있었다.

가장 큰 기준은 강화도의 로컬리티를 정체성으로 담는 것이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양조장 건물의 외관처럼 홍 대표는 자신의 술에 강화도의 정체성을 녹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체성은 술맛을 통해 발현되어야 한다. 우선 향미다. 홍 대표는 향미의 중심을 바닐라로 잡았다. 그리고 이 향미를 만들 효모는 강화도에서 천연종을 발굴해 배양하기로 결정한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효모를 발굴하기 위해 1년 반의 시간과 정성을 들일 때는 주변의 반대도 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물이 나온 현재는 모두 그의 선택에 납득하고 있다고 한다. 술맛에 그의 생각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류양조장은 1천 리터 크기의 코테사 증류기를 보유하고 있다. 발효조는 3,000리터 짜리가 7개다. 술덧의 발효기간은 14일. 따라서 대략 이틀에 3,000리터의 술을 증류하게 된다. 그런데 양조장 직원은 모두 5명이다. 마케팅 인력까지 포함한 숫자다. 모든 과정은 사람보다는 기계의 도움으로 처리한다. 그래야 가능한 생산 구조다. 따라서 쌀의 발효 전 처리 과정도 최소의 인력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발효 술덧은 입국과 정제효소로 당화한 생쌀을 발효해서 만든다. 인력은 물론 에너지까지 최소한으로 쓰는 시스템이다. 술덧은 2단 담금으로 14일가량 발효시킨다. 발효가 끝난 술덧은 대략 17% 정도의 알코올 도수를 낸다고 한다. 천연종으로 채집한 효모치고는 알코올 내성이 강한 효모라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과감한 양조법을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16컬럼의 1,000리터 코테 증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재료와 당화제 그리고 효모를 다양한 조합으로 만들어 수없이 많이 실험 양조를 했다고 한다. 강화도에서 발굴한 ‘류01(특허등록)’ 효모로도 여러 차례 술덧을 만들었다. 원하는 술맛과 향을 가진 증류주가 나올 때까지 양조실험을 계속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제조법을 통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술맛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홍 대표는 바로 해외 마케팅에 나섰다. 수출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인정받아야 국내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우선 일본의 마츠야 백화점에서 팝업 행사를 했고, 도쿄 불가리 긴자 바에서도 콜라보 행사를 열었다. 술맛은 영업적인 측면에서도 구체적인 성과를 얻었다. 우리나라의 MZ세대들에게도 잘 알려진 일본의 종합양판점인 ‘돈키호테’에 입점키로 한 것이다. 물론 해외 마케팅에만 신경 쓴 것은 아니다.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박람회에 참여해 신생 ‘류소주’를 홍보했다고 한다. 

류양조장은 프리미엄 증류주를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술병도 직접 금형을 떠서 사용하고 있다. 류40과 류24 주병은 강화도의 뻘을 형상화했으며 서해는 파도를 담았다고 한다.
류양조장은 프리미엄 증류주를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술병도 직접 금형을 떠서 사용하고 있다. 류40과 류24 주병은 강화도의 뻘을 형상화했으며 서해는 파도를 담았다고 한다.

류양조장이 현재 생산하는 술은 ‘류40’, ‘류24’, ‘서해’ 3종류다. ‘류40’은 알코올 도수 40%로 본류를 80~59.9%까지만 엄격히 받아 모은 술이다. 증류소주의 가장 맛있는 부분만 모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 대표는 이 술에서 크리미한 여운과 비 온 뒤의 젖은 흙내음 그리고 바닐라와 젖은 나뭇결의 향을 느낄 수 있다고 자평한다. 페어링 음식은 스테이크나 훈제 육류, 숙성 치즈와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류24’는 알코올 도수를 24%로 낮춰 다양한 한식 안주와 즐길 수 있는 대중적 성격의 증류소주로 기획한 술이다. 낮은 도수임에도 깊은 바디감과 맑은 곡물향을 지녔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서해’는 진 방식으로 만든 일반증류주로 알코올 도수는 25%다. 진의 풍미는 강화도에서 찾을 수 있는 탱자와 해송 등 시트러스한 향미를 가진 6종의 식물에서 얻은 에센스를 추출해 해결했다. 이 술도 진 바스켓에 넣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해 현재의 제조법에 이르렀다고 한다. 소주와 진이라는 술의 기존 문법에서 벗어나 두 주종의 장점을 취한 술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홍 대표는 오크통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오크통 숙성 소주도 준비하고 있다. 양조장 한편에 마련된 프라이빗 바의 안쪽에 숙성고를 배치하고 총 480개 정도의 오크통을 채울 계획이다. 현재는 피노, 올로로소, 페드로 히메네스(PX) 등의 셰리와 포트 캐스크 등 100개의 오크통이 숙성의 시간을 채우는 중이다. 홍 대표는 오크통 숙성 소주의 최종 목표는 12년산 제품이지만, 3년을 채우면 첫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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