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8일 09:29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업계 실적에 관심이 많은 증권인들은 하나같이 한국투자증권을 칭송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투증권은 업계 최초 반기 이익 1조원 돌파라는 새 역사를 썼다. 한투 실적에 대한 어느 애널리스트의 리서치 제목처럼 ‘소름 돋아’도 이상하지 않다. 그간 업계 1위를 수성해 온 미래에셋증권은 같은 기간 1조 이익을 넘진 못했다. 왕관의 무게가 옮겨 가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여기서 간과되는 부분은 이익의 미래 지향성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올 상반기 세전이익 1억3589억원 중 해외 현지법인에서 거둔 이익은 381억원, 전체 이익 비중의 2.8%에 불과하다. 달리 말하면 전체 이익 중 97.2%를 내수 시장에서 빨아들였다는 얘기다.

미래에셋증권은 같은 기간 세전이익(8663억원)의 26%(2257억원)를 해외 법인에서 얻었다. 미국·홍콩·유럽 등 해외 곳곳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다변화한 결과다. 미래에셋이 일찌감치 해외 시장을 개척하며 쌓은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는 수익원을 넘어 혁신의 토양이 됐다. 미래에셋이 해외 시장에서 마주한 새로운 서비스 모델들은 국내로 도입되면서 업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였다.

이와 달리 한국투자증권이 편안한 안방 공략에 집중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흐름이다. 한투증권의 뿌리깊은 정체성인 성과주의와 무관치 않다. 김남구 회장의 아버지인 김재철 한투 창업주는 올해 펴낸 자서전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에서 “열심히 제대로 일하면 직원이 사장보다 더 벌 수 있는 회사가 한국투자증권”이라고 자신했다.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지만 말이다. 오죽하면 2025 한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불완전판매로 인한 부정적 평판 확산’이 리스크 요인으로 기재돼 있을까.

창업주의 시야가 국내 몰입에 국한하지 않았다는 점은 오늘날 한국투자증권에게 숙제를 남긴다. 동원참치를 만들기도 했던 김재철 창업주는 책에서 “1958년 원양어선을 탄 이후 해외를 다니면서 얻은 교훈 가운데 하나가 선진국의 오늘이 한국의 내일”이라고 했다. 동원은 먼 바다 생선을 잡아서 국내에 파는 1차 산업에 머물러 있는데 미국은 1·2차 산업을 넘어 3차 산업의 사회로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현재 한투증권이 사활을 거는, 해외 금융사 상품을 국내로 대거 수입·판매하는 수준을 뛰어넘으라는 주문처럼 읽힌다. 회사 이름처럼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 한투는 한국에만 머무를지 지켜볼 일이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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