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기술 개발 통해 신개념 술 다수 등장
장르 허물고 콜라보 선택…MZ세대에게 손짓 

길고 긴 추석 연휴 동안 마시기 좋은 우리 술이 연이어 소개되고 있다. 사진은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게 건배하면 좋은 술들이다. 왼쪽부터 블루비, 블루비 퓨어, 미미의 꿈 청수, 미미의 꿈 캠벨 얼리, 글림, 건배, 유자텐, 사화유자, 사화 막걸리, 구름을탄산 순이다.
길고 긴 추석 연휴 동안 마시기 좋은 우리 술이 연이어 소개되고 있다. 사진은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게 건배하면 좋은 술들이다. 왼쪽부터 블루비, 블루비 퓨어, 미미의 꿈 청수, 미미의 꿈 캠벨 얼리, 글림, 건배, 유자텐, 사화유자, 사화 막걸리, 구름을탄산 순이다.

가을이 오지 않을 것처럼 덥기만 했던 여름도 이제는 지치는 지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을 내기 시작했다. 찬 바람이 부는 가을의 첫 절기는 추석이다. 올해는 연휴가 길어 하루만 휴가 내면 열흘이 넘는 기간 동안 쉴 수 있다. 오늘은 방학처럼 긴 추석 연휴 동안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마실 수 있는 우리 술 신상품을 소개한다.<편집자주>

최근 전통주를 포함한 우리 술 신제품이 급증하고 있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들이다. 인공적인 감미료는 최대한 배제하고 재료 본연의 향미에 초점을 맞춘 술들이다. 특히 새로운 트렌드를 담기 위해 그동안 없었던 제조법을 사용한 술도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맥주를 만들 때 포도 과즙을 넣거나 유자즙을 와인처럼 발효한 술도 있다. 아황산 등 첨가제 없이 블루베리 와인도 만들었고, 남북한 벼 품종을 교배해서 얻은 새 품종으로 빚은 막걸리도 있다. 우리의 맑은 술 청주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가벼운 술맛으로 설계한 약주도 최근 발표됐다. 우리 술 고급화를 위한 지역 양조장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다. 이번 추석엔 나누고 싶은 귀한 사람들과 함께 이 땅에서 자란 우리 농산물로 빚은 술을 차례상에 올리고, 건배도 하시길 바란다.

버블케미스트리 ’미미의 꿈 청수‘ ’미미의 꿈 캠벨얼리‘
버블케미스트리 ’미미의 꿈 청수‘ ’미미의 꿈 캠벨얼리‘

미미의 꿈 ‘청수·캠벨 얼리’ 

맥주와 포도의 콜라보레이션이다. 몰트와 쌀로 맥주를 만드는 중간에 청수와 캠벨 얼리 포도의 과즙을 넣어 와인의 풍미를 더했다. 제품명은 ‘미미의 꿈 청수’와 ‘미미의 꿈 캠벨 얼리’다. 

쌀을 51% 사용한 맥주 ‘미미사워’를 개발해 쌀맥주 명가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버블케미스트리(대표 조준휘)의 신작이다.

‘미미의 꿈’은 버블케미스트리와 충북 영동에 있는 와이너리 ‘여포와인농장’(대표 여인성)의 합작품이다. 여인성 대표가 재배한 포도를 수확해서 버블케미스트리에 보내면 조준휘 대표가 맥주를 만드는 형식이다.

미미의 꿈에 들어가는 재료는 쌀과 몰트, 그리고 청수와 캠벨 얼리 과즙이다. 쌀량은 미미사워보다는 적게 들어가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쌀맥주 중에선 많이 넣은 제품에 속한다. 청수와 캠벨 얼리 과즙은 몰트 사용량의 50%를 넣고 있다. 발효는 대략 5주 정도 걸리는 제품이다. 

청수 버전은 화이트와인과 같은 연한 황금색을 띠고 있으며, 캠벨 얼리 버전은 로제와인보다 연한 연보라색이다. 두 제품 모두 산미를 갖고 있어 식전주로 잘 어울린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차이점은 청수가 청포도의 뉘앙스를 갖고 있어서 좀 더 산미를 가지고 있다면, 캠벨 얼리는 품종이 지닌 ‘달큰한 맛’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버블케미스트리의 미미 시리즈는 국산 농산물에 포커싱한 제품이다. 첫 제품 ‘미미사워’ 이외에도 자두를 넣은 ‘미미자두’, 생강을 넣은 ‘미미사계’ 등을 지난겨울 출시한 바 있다. ‘미미의 꿈’은 우리 농산물과의 콜라보 연작 시리즈의 하나이다. 버블케미스트리는 앞으로도 우리 농산물을 넣은 맥주를 매년 4~5종 정도 발표할 예정이다. 

고금주조장 ‘유자텐’과 ‘완도유자막걸리‘
고금주조장 ‘유자텐’과 ‘완도유자막걸리‘

고금주조장 ‘유자텐’

‘유자’는 우리 술에 잘 어울리는 부재료다. 상큼한 산미가 기본적으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남쪽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자라고 있는 유자는 그래서 남해안에 있는 양조장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전남 완도군에 있는 고금주조장(대표 배준현)도 그중 한 곳이다.

고금주조장의 대표 막걸리는 ‘완도 유자막걸리’다. 배준현 대표의 선대 때부터 만들어 왔다. 저가형으로 만들던 제품에 혁신을 가한 것은 배 대표가 본격적으로 양조장을 운영하기 시작한 2012년 경이다. 이때 합성감미료 대신 유자청을 넣어 제품 고급화에 나섰다. 이와 함께 당화발효제도 누룩으로 바꾼 완도 유자막걸리는 지역의 대표 막걸리가 되었고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유자텐’은 이 제품의 상위 버전으로 새로 기획한 술이다. 쌀과 누룩, 그리고 고금도의 유자만을 사용했다. 이양주 방식으로 30일 동안 발효하고 30일간 저온 숙성했다. 알코올 도수는 10%. MZ세대의 초점을 맞춰 술 이름도 유명 음료수 이름에서 차용했다. 편하게 단독 음용할 수도 있고, 생선회, 전복 버터구이 등의 담백한 안주와도 곁들일 수 있다. 배준현 대표는 유자텐 제품을 양조장의 시그니처 제품으로 만들 계획이다. 

한강주조 ‘글림‘
한강주조 ‘글림‘

한강주조 ‘글림’

‘글림’은 맑은 술 ‘청주’의 자존심을 찾고 싶어서 한강주조(대표 고성용)가 새로 만든 술이다. 고성용 대표는 원래 이름인 우리 술 ‘청주’를 사용하지 못하고 ‘약주’라고 불리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술맛마저 젊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생각에 그는 맑은 술의 고정관념을 깨듯 이 제품을 만들었다.

전통적인 맑은 술은 단맛과 산미, 그리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두터운 질감을 지녔다. 그래서 라이트한 질감에 단맛과 산미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레시피를 조정했다. 술병도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은 둥근 형태를 선택했다. 현대적인 느낌에 가벼운 질감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쌀은 ‘경복궁쌀’을, 누룩은 송학곡자를 사용했다. 이양주 방식으로 4주 동안 발효시킨 후 저온에서 숙성시켜 침전물을 가라앉힌 후 여과했다. 저온 발효를 해서 단맛이나 산미가 과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엷은 황금색에 시트러스 향미를 지닌 글림은 알코올 도수가 13%지만, 알코올감을 잘 느낄 수 없다고 고성용 대표는 말한다.

‘글림’은 0~5℃으로 보관한 후 작은 크기의 화이트와인 잔으로 음용할 것을 추천한다. 어울리는 음식은 오일파스타와 피자, 떡볶이와 닭강정이다. 페어링 음식에서 느낄 수 있듯이 20대 여성을 저격한 술이라고 볼 수 있다. 

C막걸리 ‘건배‘
C막걸리 ‘건배‘

C막걸리 ‘건배’

건배! 술자리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다. 오늘 소개하는 ‘건배’는 구호가 아니라 경기도 양평의 C막걸리(대표 최영은)의 신작 이름이다. 

C막걸리의 ‘시그니처 9’ 제품을 우리 술 초급자들도 쉽게 마실 수 있도록 대중적 버전으로 풀어낸 술이다. ‘시그니처 9’은 주니퍼베리와 건포도, 배를 부재료로 사용한 술이다. 여기서 우리 술 재료로 생소하고 호불호가 있는 주니퍼베리를 뺐다. 건포도와 배의 가벼운 풍미를 술맛의 중심에 둔 것이다. 

이양주 방식으로 2주 동안 발효하고 2주간 숙성했다. 은은하게 과일향을 느낄 수 있고 술맛도 깔끔하다. 최영은 대표는 C막걸리의 술 중에서 가장 단맛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름도 건포도와 배에서 첫 글자를 가져와 ‘건배’라고 지었다. 젊은 세대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선택이었다. 

최 대표는 도수(7%)가 낮다고 벌컥 마시기보다는 작은 잔에 따라서 향을 음미하며 마실 것을 권한다. 5~8℃의 온도에선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10℃ 이상 오르면 눅진한 건포도 향이 짙어진다고 한다. 페어링 음식은 까르보 불닭볶음면 같은 매콤한 한식이다. 이 술의 진정한 매력은 ‘건배’라는 구호 없이 술병을 들면 모두가 통한다는 점이다.

술아원 ’블루비‘ ’블루비 퓨어’
술아원 ’블루비‘ ’블루비 퓨어’

술아원 ‘블루비·블루비 퓨어’

술아원(대표 강진희)은 더 이상 ‘과하주’ 명가에 그치지 않는다. 막걸리는 물론 증류식 소주와 그라파(복분자 증류주)에 이어 오크통 숙성소주와 오크통 숙성 과하주 등 다채로운 술을 생산하는 종합주류회사다. 여기에 보태 최근에는 여주산 블루베리를 발효시킨 과실주를 출시했다. 이쯤 되면 맥주를 제외한 거의 모든 주종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해도 될듯하다.

술아원이 최근 발표한 블루베리 과실주는 두 종이다. ‘블루비’와 ‘블루비 퓨어’. 블루베리 과즙을 내서 발효시킨 뒤 스테인리스 숙성조에서 5년의 세월을 보냈다. 숙성에 공을 들인 만큼 술맛의 완성도도 높다. 드라이한 맛에 산미가 따라붙고 진하지 않은 가벼운 탄닌 느낌으로 마무리된다. 와인을 즐기는 소비자를 겨냥한 술이다. 

블루비와 블루비 퓨어의 차이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내츄럴’에 있다. 블루비는 일반적인 와인 제조 방식을 따라서 만든 컨벤션 와인이다. 그리고 블루비 퓨어는 아황산과 소브르산 등을 넣지 않고 발효시킨 내츄럴 와인이다. 강진희 대표는 블루비 퓨어가 좀 더 블루베리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보통의 와인을 마시듯 너무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12~14℃의 온도에서 음용할 것을 권한다. 또한 포도로 빚은 레드와인에 비해 탄닌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흰살생선 음식과 곁들이는 것이 좋다. 베리의 향과 맛을 더 잘 느끼기 위해서는 리코타 치즈와 같은 짜지 않은 치즈 또는 카나페와 같은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과 음용할 것을 추천한다.

운정양조장 ’구름을탄산’
운정양조장 ’구름을탄산’

운정양조장 ‘구름을탄산’

‘구름을탄산’은 맥주와 스파클링 와인과 같은 발포성 주류와 경쟁하기 위해 경기도 파주의 운정양조장(대표 송인식)에서 개발한 신제품이다. 쌀과 누룩으로 빚었는데, 특이한 점은 사용한 쌀이다. 평화미소쌀이라고 일컫는 ‘평원벼’를 주재료로 사용했다.

평원벼는 남북한 벼 품종(진부 19호+삼지연 4호)을 교배해서 얻은 새로운 품종이다. 접경지역의 특징을 담기 위해 개발한 품종이며 민간인 통제구역에서 재배하고 있다. 조생종으로 추석 전 수확이 가능한 품종이다. 또한 단백질 함량이 높아 저온 발효시 발현되는 향미가 뛰어나다고 송인식 대표는 말한다.

이 쌀을 이양주 방식으로 15일 동안 발효시킨 뒤 10일 동안 숙성해서 만든다. 가볍고 청량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병입한 상태에서 탄산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렇게 만든 ‘구름을탄산’은 가볍고 라이트한 맛을 가졌다. 또한 자연 탄산의 자글자글한 미세 탄산의 느낌을 오래도록 느낄 수 있다고 송 대표는 말한다. 특히 음용 10분 전쯤 냉동실에 두었다가 마시면 탄산이 쉽게 날아가지 않고 더 청량하게 마실수 있다고 한다. 어울리는 안주는 가벼운 스낵이나 튀김과 같은 기름진 음식이다. 

맑은내일 ‘사화 유자‘와 ‘사화 막걸리’
맑은내일 ‘사화 유자‘와 ‘사화 막걸리’

맑은내일 ‘사화 유자·사화 막걸리’

경남 창원의 ‘맑은내일’(대표 박중협)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기획한 제품이다. ‘사화 유자’는 유자즙을 발효시킨 국내 최초의 유자 와인이며 ‘사화 막걸리’는 멥쌀과 찹쌀, 입국과 누룩으로 빚은 무첨가 막걸리다. ‘사화’ 브랜드는 맑은내일의 시작점인 ‘사화정미소’에의 오마주를 담고 있다. 1945년 해방 직후 박중협 대표의 할아버지는 사화동에 작은 정미소를 차렸다. 정미하고 남은 쌀을 청주로 빚어 팔었던 것이 인연이 되어 3대째 내려오는 양조장이 된 것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 ‘사화’는 그래서 맑은내일의 시그니처 제품을 뜻한다. 그중 ‘사화 유자’는 경남 거제산 유자로 만든 유자 와인이다. 박 대표는 유자 과육의 질감까지 느낄 수 있는 과실주라고 말한다. 2주 동안 발효하고 저온에서 다시 2주간 숙성한 제품이다. 얼음을 절반쯤 채운 잔에 따라 천천히 음용하면 유자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사화 막걸리’는 쌀과 누룩 이외에는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막걸리다. 알코올 도수는 12%이며 10일 동안 발효한 후 14일간 저온 숙성했다. 차갑게 칠링해서 전과 같은 기름진 음식과 마시면 좋다고 한다. 물론 안주 없이 막걸리만 단독으로 마셔도 좋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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