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변호사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변호사

#A씨는 건설 현장 추락 사고로 뇌병변 장애 진단을 받고 사지마비 상태로 지내다가 사망하였다. 유족은 보험회사를 상대로 A씨가 가입해 둔 상해보험의 상해사망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다. 보험회사는 A씨가 보험 가입 당시 직업을 '농축산물, 음식료품 및 담배 관리 및 경영자'로 고지했으나, 실제로는 '건설 일용직 근로자'로 직업을 변경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았기에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을 근거로 보험금을 감액하여 지급했고, 추가 보험금 지급은 거절하였다. 이에 유족은 직업 변경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보험금이 감액될 수 있다는 중요한 내용을 제대로 설명받지 못했으므로, 보험금 감액이 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이 사건 약관에서는 “가입 후 피보험자의 직업이나 직무가 변경되면 지체 없이 회사에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만약 이러한 통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위험이 증가한 경우, 보험회사는 직업이 변경되기 전과 후의 보험요율 비율에 따라 보험금을 삭감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쟁점은 직업 변경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보험금이 감액될 수 있다는 약관조항은 중요한 내용으로서 설명의무 대상이 되는지 여부이다.

법원의 판단은 이렇다. 서울고등법원 2025년 8월 21일 선고 2025나202811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직업 변경 시 알릴 의무' 조항은 이 사건 보험계약에 포함되는 경우에 원고는 보험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므로, 이 사건 약관 조항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 (…) 이 사건 약관규정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내용이라거나 상법에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 또는 부연한 정도의 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약관조항은 피고의 명시·설명의무 대상이다.”

상품설명서의 이 사건 약관조항 관련 부분에는 보험설계사가 구체적으로 설명하였음을 추인할 수 있는 밑줄, 가필, 중요 표시 등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또한 위 상품설명서의 이 사건 약관조항 관련 부분에는 단지 원고의 직업 변경 시 알릴 의무만 기재되어 있어, 그 위반의 효과에 관한 설명이 없다.(…) 그러한 설명은 통지 시기(지체 없이), 상대방(피고), 방법(서면), 불이행 효과(보험료의 증액 또는 감액, 보험금 삭감 또는 보험계약 해지)가 모두 포함되지 않아 불충분하다.”

「'음주운전 중 사고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 약관에 대해 보험사가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음주운전 사고가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면책 조항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사항이므로 보험사의 별도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판단했다(대판 2005다38713 판결).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 직업 변경 사실이 '음주운전'과 같이 사회적으로 이미 충분히 인지된 사항으로 보지 않은 근거는 무엇일까. 직업 변경이 보험 위험에 미치는 정확한 영향은 음주운전처럼 보편적으로 위험하다고 인지되는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정 보험 계약에서 '사무직'에서 '건설 일용직'으로의 변경이 위험 계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내용은 복잡하고 해당 계약에만 고유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보험 가입자의 손을 들어준 이유다.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단순히 약관의 내용이 문서에 '기재되어 있는가'를 넘어, 그 중요한 내용이 고객에게 '실제로 설명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관련 판결문에서도 보험설계사가 구체적으로 설명했음을 추인할 수 있는 "밑줄, 가필, 중요 표시 등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하며 설명의무 불이행을 판단하였다.

서울고등법원 판결의 논리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중요한 선례를 남겼지만, 아직 모든 유사 사건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확고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원은 보험 가입자와 같은 소비자가 보험회사에 비해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불이익을 감수했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설명의무 이행의 정도에 따라 판결 결과가 달라지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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