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희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 연구위원
한국의 메인넷, 규제의 벽을 못 넘는 이유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집필한 로버트 기요사키는 달러 대신 비트코인을 주요 투자처라고 추천할 정도로 가상화폐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2025년 9월 현재 9만달러까지 도달했다. 이처럼 가상화폐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상화폐의 거래와 보안을 위한 핵심기술인 블록체인 기술 또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코인베이스는(Coinbase)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로 지난 2023년 자체 불록체인 메인넷(Main net)을 출시했고, 최근 2025년 9월 네이티브 토큰(Native Tokien) 발행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코인베이스는 미국 기업으로서 규제기관과 협력하겠다고 강조해 한국의 금융환경과는 상반된 환경의 단면을 보여준다.
네이티브 토큰 발행의 전략적 함의
코인베이스가 공표한 네이티브 토큰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기본 통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더리움의 ETH, 비트코인의 BTC처럼 해당 블록체인에서 트랜잭션 수수료를 지불하거나 검증자 보상으로 사용된다. 코인베이스가 네이티브 토큰을 발행을 시도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네이티브 토큰은 트랜잭션 수수료 및 검증인 보상수단으로 기능해 네트워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두 번째로 코인베이스가 거버넌스 토큰의 형태를 취할 경우, 사용자 및 이해관계자가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 탈중앙성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이 유틸리티 토큰으로 활용된다면, 베이스 기반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에서 특정 기능이나 혜택을 제공해 플랫폼 내 경제권을 확립할 수 있다. 이처럼 코인베이스가 네이티브 토큰을 도입한다면, 거래 효율성과 네트워크 거버넌스 강화라는 이점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어 코인베이스가 단순 거래소를 넘어 불록체인 생태계 주도자로 입지를 확대할 수 있다.
디지털자산에 관한 불투명한 한국의 규제 환경
그러나 한국에서 ‘메인넷(Main net)’이라는 단어는 아직도 실험적이고, 동시에 규제와 충돌하는 불안정한 지점에 서 있다. 앞서 살펴본 사례처럼 각국은 메인넷을 중심으로 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하며, 디지털 자산과 탈중앙 네트워크가 경제와 산업 전반에 스며드는 중이나 한국은 지난 2017년 이후 ICO(Initial Coin Offering, 가상화폐 공개) 자체도 여전히 정비 중이다. 이는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독립적인 메인넷을 개발하고 운영하려는 기업들에게 가장 큰 발목이 되고 있다.
메인넷은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토큰 발행과 거래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네트워크다. 블록체인 참여자들이 검증·합의 과정에 기여하도록 하는 인센티브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신규 토큰 발행을 위한 환경 자체도 불안정하고, 해외에서 발행한 코인을 국내에서 현금화하는 데도 큰 제약이 따른다.
최근 정부 일각에서 ‘한국형 메인넷’ 구상을 언급했지만, 업계에서는 “ICO 장벽부터 풀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냉소적인 평가가 나온다.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부처 간 협의도 미비한 상황에서는 새로운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제대로 뿌리내리기 어렵다.
메인넷에 관한 일본과 싱가포르의 차별화 전략
대조적으로 일본과 싱가포르는 규제를 정비하면서 메인넷과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금융청(FSA)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를 등록제도로 관리하면서, 합법적으로 코인 발행 및 거래를 허용한다. 메인넷 구축을 막기보다는 발행 주체와 투자자 보호 의무를 명확히 규정해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싱가포르는 통화청(MAS)이 디지털 자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스타트업이 새로운 메인넷과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덕분에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들이 싱가포르를 아시아 허브로 선택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주요국은 ‘막는 규제’가 아니라 ‘안전장치가 있는 허용’의 방식으로 메인넷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다.
K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
한국 역시 메인넷 논의를 더 이상 ‘기술적 실험’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국내 기업들이 자체 블록체인을 설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안정적인 금융시장 조성을 위해 무분별한 투기를 막되,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에게는 메인넷 기반 토큰 발행을 허용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등 관련 부처가 중장기 로드맵을 공유하고 정책적 정합성을 높여 정책에 대한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더불어 이용자 보호를 위해 투자자 공시, 발행인 책임, 자산 보관 안전성 등을 제도화해 시장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블록체인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글로벌 경제가 점차 탈중앙 네트워크와 디지털 자산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계속 발목을 잡힌다면 또 한 번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한국의 메인넷 논의는 이제 ‘허용할 것인가, 막을 것인가’의 단계가 아니라, ‘어떻게 안전하게 활성화할 것인가’의 단계로 이동해야 한다. 혁신을 억누르는 규제가 아닌,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규제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