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우리술 409] 와인 메이커 ‘여포’가 만드는 두 와인 이야기 2.YD영동와인

한국와인 대중화 위한 실험장 ‘YD영동와인’
가성비 와인과 영동산 과일 브랜디도 추진

<편집자주> 해를 거듭할수록 영동 와인의 맛과 향이 깊어지고 있다. 20년의 짧은 역사지만,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충북 영동군이 와인과 연결된 것은 2005년. 당시 영동군은 국내 유일의 포도·와인 산업특구로 지정됐다.

내세울 만큼 역사가 쌓이지는 않았지만, 영동 와인은 최근 발전의 징표를 여러 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국내외 주류품평회에서의 수상과 의미 있는 매출을 기록하는 와이너리 숫자의 증가가 그 증거다.

또한 10여 개의 양조장은 각자의 특징을 브랜드 이미지로 만들면서 고정 고객층을 늘려가고 있다. 국산 품종의 한계와 짧은 역사라는 핸디캡을 극복한 결과다. 오늘은 영동 와인의 역사를 같이 써오면서 두 곳의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만들게 된 여인성 대표의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여 대표는 2007년 ‘여포와인농장’을 설립, 부인 김민제 씨와 함께 와인을 만들어왔으며, 지난해부터는 영동군의 신활력플러스 사업으로 시작한 ‘YD영동와인’의 초대 대표이사를 맡게 된 농업인이자 와인 메이커다. 두 곳의 와이너리에서 서로 다른 와인을 만들고 있는 영동 와인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한다.

▲ 여포와인농장의 와인메이커 여인성 씨는 지난해 YD영동와인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대중적인 와인 개발은 물론 다양한 과일증류주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은 여인성 대표가 10t 발효조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다.

충북 영동군이 국산 와인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지역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신활력플러스’ 사업으로 추진한 ‘YD영동와인(대표 여인성)이 그 주인공이다. 101가지 맛에서 출발한 농가형 와이너리 모델과 달리, 규모의 경제를 모색하는 새로운 양조장 모델이다.

영동군의 대표적인 행사인 대한민국와인축제 기간에 맞춰 YD영동와인을 취재하기 위해 충북 영동을 찾았다. 10월 초 영동은 산머루 수확이 막바지였다. 이미 수확한 캠벨 얼리 등의 포도는 술이 되기를 기다리며 포도원의 저온 창고를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불어오는 바람에도 보라색 포도 향이 느껴졌다.

축제 손님을 분주히 맞고 있는 YD영동와인은 그 자체가 ‘꿈의 와이너리’였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건물은 여느 농가형 와이너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규모다. 10t 규모의 스테인리스 발효조가 채워진 발효실이나 대형 여과기와 병입기 등의 설비가 가득 찬 와이너리 내부는 자본의 흔적이 역력했다. 술을 빚는 생산자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양조장이었다.

초대 대표로 지명(?)된 여인성 대표는 자신이 와인 메이커로 있는 여포와인농원(양강면 소재)에서 산머루 수확을 마치고 필자와의 인터뷰를 위해 YD영동와인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는 포도를 수확하고, 와인 축제에 참가하고, 새로 오픈한 와이너리를 찾는 관광객까지 맞으며 1인 3역의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올 4~8월까지는 무척 힘들었습니다. 12명의 주주 중 와이너리 대표직을 맡지 않는 사람이 없어서 제가 대표이사를 맡게 됐는데, 양조장의 규모는 크지, 신생 양조장이라 영업 기반도 없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문제를 처리하며 와이너리를 유지해야 했으니 오죽하겠습니까?”

푸념 같은 여 대표의 설명에는 YD영동와인의 정체성이 함축적으로 담겨있었다. YD영동와인은 앞서 말했듯이 국비와 지방비 3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만든 100t 규모의 생산 설비를 갖춘 대형 양조 시설이다. 그리고 이 시설을 12곳의 와이너리가 공동 출자한 농업회사법인 ‘YD영동와인’에서 임대해 지난해부터 와인을 만들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양조한 와인이 숙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고, 와인축제 기간 중 영동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YD영동와인을 찾기 시작하면서 양조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고 여 대표는 설명한다.

여 대표는 대표이사 역할을 ‘MBA 과정’ 치르는 기분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수십 톤 규모의 대량양조는 이곳이 아니면 해 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시장 개척 또한 마찬가지다. 여 대표는 지금까지 걸었던 길이 아닌 다른 길에서 한국와인의 대중화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동안 생각해 둔 다양한 아이디어를 이곳에 접목할 계획이다.

대중적인 입맛을 고려하다 보니 YD영동와인의 술들은 단맛이 강하다. 하지만 10t 규모의 대용량 발효조는 발효 속도가 더뎌 더 깊은 와인의 향미를 만든다. 따라서 대중을 설득할 주질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설비 환경과 그동안 쌓아온 농가형 와이너리의 기술력을 결합해 영동군의 일반음식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와인을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영동군을 명실공히 와인의 고장으로 느낄 수 있게 할 비장의 무기인 셈이다.

또한 연말쯤 증류기(1000L, 500L)가 들어오면 포도는 물론 영동군의 다양한 과일을 증류주로 만들 계획이다. 유럽 농촌에서 만들고 있는 ‘슈냅스’와 같은 술이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계획은 YD영동와인의 태생적 한계인 ‘카니발라이제이션’을 피하기 위함이다. 농가형 와이너리와 상품이 중첩되지 않아야 서로 피해를 보지 않고 ‘윈윈’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 지난해 문을 연 YD영동와인은 올해 첫 제품을 출시했다. 방문객이 늘면서 초창기 병입한 와인이 완판될 정도로 지역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진은 YD영농조합의 4가지 와인이다. 브랜드명은 ‘끌로아르‘다. 왼쪽부터 화이트, 로제, 레드 드라이, 레드 스위트다.

현재 YD영동와인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총 4가지다. 와인의 브랜드는 ‘끌로아르’다. 끌로아르는 프랑스어 ‘끌로(Clos, 담장 안 포도밭)’와 땅을 의미하는 ‘떼루아’의 합성어다. 깨끗한 자연에서 정성껏 재배한 포도로 술을 빚는다는 뜻을 중의적으로 담았다. 4가지 종류는 청수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와 캠벨 얼리로 만든 로제와 레드 스위트, 그리고 캠벨 얼리에 산머루를 블랜딩한 후 양조한 레드 드라이가 있다.

여 대표는 내년에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더 다양한 와인을 만들 예정이다. 또한 양조장의 2, 3층 공간은 ‘문화살롱’으로 만들 생각이다. 작은 예술 공연이나 와인 관련 강좌, 그리고 지역 화가의 전시회 등을 개최해 지역의 사랑방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와이너리를 방문해 와인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고객 접점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