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롯데손해보험에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권고)를 부과했다. 예상대로 반발은 거세다. 롯데손보는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결정했다. 노조는 금융당국을 돌며 연달아 시위를 진행했다. 입장은 명확하다. 무리한 적기시정조치로 인해 영업에 차질이 생겨 회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회사와 노조에 묻고 싶다. 보험계약자는 안중에 있는가.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한 금융당국의 의도는 당연하게도 소비자 보호다. 일례로 금융위의 적기시정조치로 인해 롯데손보 신종자본증권 투자자들은 이자를 받을 수 없다. 보험업감독규정상 적기시정조치를 부과받은 보험사는 이자지급이 정지된다.
향후 콜옵션을 이행해도 적기시정조치 기간 미지급된 이자도 받을 수 없다. 이자지급 정지 이벤트로 지급 의무가 소멸한 이자는 발생한 이자로 보지 않는다. 계약자를 위해 자금 유출을 막는 조치다. 신종자본증권으로 인한 배당(이자)은 결국 이익잉여금을 줄여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악화시킨다.
앞서 금융당국은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할 당시 소비자 피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융위는 "경영개선권고 동안 보험계약자는 안심하고 보험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라며 "롯데손보의 경영개선권고는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유도하는 조치며, 자본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사전 예방적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금감원이 경영실태평가(RAAS) 자본적정성 부문에서 4등급(취약)을 부여한 것도 기본자본 악화가 주요했다. 이동엽 금융위 보험과장은 "롯데손보의 경우 기본자본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이 업계 최하위권"이라며 "지난 6월 말 기준 손해보험업권 평균 수준이 106.8%였는데 롯데손보는 -12.9%로 취약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기본자본킥스비율이 마이너스(-)라는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보험계약마진·CSM)이나 외부 차입자본(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 없이는 대량 해지 상황에서 가입자의 보험금을 모두 돌려주지 못할 상황이라는 의미다. 현재 롯데손보의 가용자본에는 이러한 보완자본만 남아있다.
사상누각에 비유된다. 모래성 위에 놓인 보험계약자가 뻔히 보이는데 금융당국이 ‘적기’에 시정조치마저 내리지 않는다면 오히려 직무유기인 셈이다. 기본자본이 훼손된 롯데손보에 예방주사를 놔 준 금융당국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보험 영업을 더한다고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면 대주주는 왜 자본을 더 투입하지 않는가. 계약자가 아닌 투입 자본 대비 이익만 따지는 것은 아닐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회사는 지금이라도 계약자를 위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대한금융신문 한지한 기자 gks7502@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