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내추럴 방식 고집하는 ‘작은 알자스’
천연 탄산 만드는데 2년 공들이는 양조장

▲ 충북 충주에는 프랑스에서 귀농해 내추럴 와인 양조기법으로 시드르(사과주)와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가 있다. 이름은 작은알자스다. 사진은 작은알자스의 신이현-도미니크 에으케 씨 부부가 증류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2025년 11월 15일 13: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에 들어와 농사를 직접 지으면서 과실주를 만든 지 벌써 9년이 되었다. 아내 신이현 씨를 따라 한국에 와 포도나무를 가꾸며 와인을 빚고 있는 도미니크 에으케 씨. 일하는 모습을 보면 처음부터 농부였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는 파리지앵에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쳇바퀴 도는 도시 생활이 싫어서 자발적 농부가 되었고, 신이현 씨는 도시를 포기하는 대신 농촌을 한국으로 선택했다.

이렇게 시작된 농가형 와이너리가 충청북도 충주에 있는 작은 알자스(대표 신이현, 도미니크 에으케)다. 

도시 생활과 농부의 길을 맞바꾸려 할 때 에으케 씨는 프랑스에서 농업대학에 편입해 포도 농사와 와인 양조를 배웠다. 만학도답게 그는 자연에 순응하는 농법에 매료됐다. 그리고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주지 않는 자연주의(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과실수를 키우고, 양조는 설탕이나 양조용 효모를 넣지 않고 야생 효모의 도움을 받아 시간이 완성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일명 ‘내추럴 와인’의 세계로 뛰어들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현재 에으케 씨는 두엄으로 퇴비를 만들어 포도밭에 주고 있고, 와인을 만들 때도 과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 또한 청징이나 여과 같은 과정도 생략하고 통 갈이 방식으로 와인 부산물을 제거하고 있다. 시드르의 경우 5~10번 정도, 일반 와인은 3번 이상 통 갈이를 한다.

신이현 대표는 농사부터 양조와 병입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모두 손에 의존하는 그를 보고 일개미라고 부른다. 자신을 베짱이에 빗대 붙인 별명이다. 하지만 일하는 모습을 보면 별칭으로 부족함이 없다. 포도원의 크기는 1200평에 불과하지만, 에으케 씨가 선택한 농법과 양조법은 부지런해야만 모두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작은알자스는 현재 6종의 술을 만들고 있다. 스파클링와인 3종과 스틸와인 3종이다. 스파클링와인은 샴페인을 제조하듯 2년 정도 숙성하며 병발효를 통해 완성한다. 스틸와인도 모두 1~2년 정도 숙성하고 있다. 사진은 작은알자스가 생산하는 와인들이다.
▲ 작은알자스는 현재 6종의 술을 만들고 있다. 스파클링와인 3종과 스틸와인 3종이다. 스파클링와인은 샴페인을 제조하듯 2년 정도 숙성하며 병발효를 통해 완성한다. 스틸와인도 모두 1~2년 정도 숙성하고 있다. 사진은 작은알자스가 생산하는 와인들이다.

작은 알자스에서 현재 생산 중인 술은 사과주인 시드르와 포도주 5종이다. 이중 절반은 자연 탄산을 만들기 위해 5개월 동안 발효하고 2년 정도 숙성해서 만든다. 정통 샴페인 방식으로 3차에 걸쳐 발효를 유도하고 숙성 과정을 거쳐 완성하기 때문이다. 와이너리의 시그니처인 시드르와 로제 스파클링과 화이트 스파클링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이 술들은 모두 알코올 도수가 10% 이하다. 가당하지 않고 원래 사과와 포도에 있는 당분으로 발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효와 숙성 과정이 더 섬세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나머지 스틸 와인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작은 알자스의 스틸 와인은 모두 3종이다. MBA와 산머루로 만드는 레드, 청수와 실바너를 넣어 만드는 화이트, 그리고 캠벨 얼리로 만든 로제 와인이다. 이중 레드와 백포도주는 모두 5개월 정도 발효하고 2년 동안 숙성한 뒤 판매하고 있다. 

레드 와인인 ‘레돔 내추럴 레드’의 숙성은 옹기와 오크통에서 이뤄진다. 1~2년 정도 숙성이 끝나면 에으케 씨는 옹기 숙성 버전과 오크통 숙성 버전을 블렌딩해서 와인을 완성한다. 아마도 옹기에서 숙성한 와인을 상업화한 곳은 작은 알자스가 유일할 것 같다. 이곳에서 숙성 도구로 쓰는 옹기는 증류식 소주 숙성용으로 많이 쓰는 윤두리공방 제품이다. 신 대표는 옹기 버전이 오크통 버전보다 더 먼저 숙성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양조를 책임지는 에으케 씨의 판단에 따라 블렌딩 비율이 결정된다.

화이트 와인인 ‘레돔 화이트 내추럴’은 스테인리스 숙성 조에서 숙성하는데 2023년 빈티지부터 양조법이 변경됐다. 내년 봄에 출시하는 이 제품은 포도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같이 발효시켜 좀 더 묵직한 맛을 낸다고 한다. 엠버 와인의 질감을 갖는 것이다. 신이현 대표는 예전 청수가 좀 뾰족한 산미를 갖고 있었다면 새 빈티지부터는 산미는 살짝 누그러진 상태에서 내추럴 와인의 풍미는 더 보강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작은 알자스의 와인 중에서 가장 짧게 발효 숙성한 술은 로제와인인 ‘레돔 내추럴 로제’다. 발효와 숙성에 각각 2개월이 걸린다. 이유는 캠벨 얼리 품종의 특징 때문이다. 상큼한 향을 가진 포도지만 환경에 예민해 길게 숙성하면 오히려 향미가 죽는다는 것이 에으케 씨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작은 알자스에선 로제와인을 보졸레 누보처럼 소비할 것을 권한다.

이처럼 작은 알자스의 양조 철학은 ‘시간과 자연의 힘’에 전적으로 의존해 양조하고 있다. 신이현 대표는 양조에 시간과 공을 들이는 이유를 향미 때문이라고 답한다. 야생 효모가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개체 수를 늘려가며 저온에서 느리게 발효해야 과일 본연의 향미를 최대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작은 알자스의 내추럴 와인은 ‘레돔’이라는 브랜드로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전체 공정을 자연주의 기법으로 만드는 양조장이 국내에 거의 없는 데다 술맛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에으케 씨는 힘들고 고되지만, 이 방법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포도주의 가치는 땅의 힘에서 비롯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양조 교육을 받은 만큼 ‘떼루아’에 대한 강한 믿음이 그에게 있다. 농사 초창기에는 피노 누아와 리즐링 등 다양한 유럽 품종을 심고 공들여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혹독한 겨울 추위와 고온다습한 여름을 버티지 못하고 송이가 맺히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에으케 씨는 땅에 맞는 품종만을 양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궂은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캠벨 얼리와 청수가 사랑스럽다고 부부는 말한다.

작은 알자스는 내년 새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3년 숙성된 주정 강화 와인이다. 시드르를 증류한 브랜디를 사과 발효 술덧에 넣어 발효를 중지시킨 알코올 도수 20%의 술이다. 이 술의 이름은 ‘레돔 뽀모’다. ‘뽀모’는 사과 주정 와인을 뜻한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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