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7일 오전 8시경 A씨는 주거지 아파트 베란다 창문 난간 밖으로 추락, 인근 대학병원으로 호송되었으나 추락 의증으로 사망하였다. 유족들은 이 사건 사고는 우연한 사고이고, 피보험자인 망인이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가 아니라는 이유로 상해사망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다. 보험사는 이 사건 사고는 피보험자인 망인이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이므로 우연한 사고가 아니고,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이 사건 약관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쟁점은 망인의 아파트 베란다 추락 사망이 우연한 사고사인지 고의적인 자살인지 여부이다.
법원의 판단은 이렇다. 대전지방법원 2025년 10월 23일 선고 2024나213346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무렵에 고령에다가 식당 폐업 및 건강악화 등의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었고 이로 인하여 '죽고 싶다'는 말도 자주 했었던 사정을 알 수 있어,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동기가 충분히 엿보인다.”
“망인이 베란다의 난간 높이가 약 100cm로 비교적 높지 않은데도 49cm 높이의 의자에 올라서서 베란다 창틀 틈새에 테이프를 붙이는 작업을 하였다면, 경험칙상 베란다 난간 밖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으므로 창문 또는 적어도 방충망은 닫은 상태에서 작업을 하였거나, 안전 또는 작업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의자를 베란다 창문 쪽보다는 작업 방향인 베란다 옆 벽 쪽으로 밀착하여 작업을 하였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자연스럽다. 더군다나 이 사건 사고 당시 베란다 주변에는 망인이 테이핑 작업을 하였다고 볼 만한 가위 또는 테이프 등의 작업 흔적도 전혀 없다. 또한, 망인이 실수로 몸의 균형을 잃어 추락하였다면 비명을 질렀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신고자는 주방에 있던 중 '쿵' 소리를 듣고 창문 밖 망인을 발견하여 신고하였다고만 기재되어 있고 비명소리를 들었다는 목격자도 없는 상황이다.”
위 판결례는 정신질환 치료 내역과 같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사고 상황과 주변 상황 분석을 통해 고의적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사고 상황 분석은 경험칙을 적용한다. 사고 상황을 분석하여 우연한 사고사(실족사)의 가능성을 경험칙과 논리적 모순의 관점에서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위 판결례는 창문 개방 상태, 의자의 위치, 작업 도구 부재, 방어 흔적 부재 등은 우발적인 사고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상황을 드러내는 분석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주변 상황 분석은 동기를 추정한다. 망인의 나이와 성행,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 상황 등은 자살에 이르게 된 동기나 경위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정신질환 치료 내역이 없더라도, 지속적인 스트레스나 "죽고 싶다"는 등의 신변 비관적인 발언은 고의로 생명을 끊으려는 행위의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로서 기능한다.
문제는 망인에게 정신질환 치료 내역이나 유서와 같은 자살을 실행할 확정적인 의사가 있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보험 약관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면책 사유로 규정하는데, 치료 내역 부재는 망인이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쳤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게 만든다.
망인이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더라도, 이는 노년에 접어든 망인이 처지를 하소연하는 표현 정도에 불과하며, 자살을 결심했다는 확정적인 증거로 볼 수 없다. 스트레스 상황(고령, 식당 폐업, 건강 악화)이 자살의 동기가 될 수는 있지만, 동기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그 행위가 고의적인 자살 실행이었다는 점을 증명할 수는 없는 것이다.
창문이 열려 있고 의자가 부자연스럽게 놓여 있는 등 비정상적인 상황이 실족사의 개연성을 낮추는 것은 맞지만, 이는 사고 상황이 관리 소홀이나 부주의한 작업 방식이었다는 증거일 뿐, 망인의 고의적인 추락 의사를 직접적으로 입증하지는 못한다는 다른 견해도 존재한다(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4년 5월 29일 선고 2023가단105637 판결).
자살이라는 면책 사유에 대한 보험사의 입증 책임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사고 상황의 모순과 주변의 스트레스 정황만으로는 자살이라는 고의성을 확정적으로 증명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우연한 사고사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이상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위 판결례는 피보험자 입장에서 볼 때, 자살의 직접 증거(치료 내역, 유서 등)가 없는 한, 사고 상황의 불합리함만으로 생명 보험금 지급 의무를 면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