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조달 다각화’ 주문 영향받아 증가
투자자보호 우려에 발행 줄인 곳도 있어
2022년 1월 26일 10:12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부 카드사를 중심으로 장기 기업어음(CP) 발행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채 발행비용이 증가한데다, 금융당국의 자금조달 다각화 주문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투자자보호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발행량을 줄인 카드사도 있었다.
26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BC카드를 제외한 전업 카드사 7곳의 장기CP 발행량은 7조4200억원으로 전년(2조8200억) 대비 4조6000억원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장기CP 발행량이 늘어난 건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이 주문한 ‘유동성 관리 강화방안’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당국 주문을 받아 자금조달 방식을 다각화하려던 카드사는 당시 기준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카드채 조달비용이 증가하자 비교적 저렴한 장기CP 발행을 늘린 것이다.
특히 지난 2020년에 장기CP를 발행하지 않았던 3개사(삼성·KB국민·하나카드)가 지난해 장기CP 발행량을 늘리며 증가세를 견인했다.
이들의 경우 지난해 장기CP 발행량은 각각 1조9000억원, 8000억원, 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총 3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3개사의 증가량이 총 증가량(4조6000억원)의 71.7%를 차지할 정도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의 발행량은 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1조7000억원 증가, 우리카드의 경우 15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발행량을 2500억원 늘렸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여신전문금융회사에 자금조달 수단을 다각화해 회사채 비중을 줄이도록 요구한 바 있다”라며 “그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장기CP 발행을 늘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CP의 투자자보호 기능이 미흡한 점을 우려, 발행량을 줄인 카드사도 존재했다.
발행 후 정기적으로 회사의 이자 상환능력을 감시할 수 있는 회사채와 달리, 장기CP는 이자를 선지급하는 방식이라 투자자가 만기까지 원금상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기CP는 정해진 기간에 맞춰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회사채와 달리 만기까지의 이자를 일괄 선지급하는 할인채 형태로 발행되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장기CP를 3500억원 발행, 전년(6000억원) 대비 발행량이 2500억원 줄어들었다. 롯데카드 장기CP 발행량도 같은 기간 1조4700억원에서 1조700억원으로 4000억원 감소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카드사들이 장기CP 발행량을 늘리고 있지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라며 “정보 투명성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가 많고 금융 당국의 감독·관리에서 빗겨날 수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