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 경쟁서 뒤처지며 비효율 운영
성장세 격차…시중은행 과점 심화 우려

2023년 4월 5일 16:1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방은행과 시중은행 간 생산성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지방은행이 지역 경제 기반의 관계형 금융을 추구하는 태생적 한계로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디지털화 경쟁서 도태된 탓이다.

5일 은행권 경영실적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5대 지방은행(부산·전북·광주·대구·경남)의 직원 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은 평균은 2억5340만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 평균은 3억175만원으로 집계됐다.

직원 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은 대손충당금을 제외하기 전 영업이익을 전체 직원 수로 나눈 값이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 직원 한 명이 5대 지방은행 직원 한 명 보다 약 5000만원을 더 벌어들인 셈이다.

지난 2018년만 해도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의 직원 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 평균은 각각 1억8980만원, 2억600만원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5년새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직원 수 추이에 반대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생산성 간극이 커졌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국내 직원 수는 평균 5만5034명으로 지난 2018년(5만6846명)보다 1812명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5대 지방은행은 1만1084명에서 1만1153명으로 69명 늘었다.

시중은행은 핀테크(IT+금융) 활성화와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점 방문객이 급감하자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몸집을 줄였다.

반면 지방은행은 인적 구조 개편에 섣불리 나설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역민과의 관계형 금융에 주력하는 지방은행엔 직접 발로 뛰며 고객과 마주해 영업하는 직원의 역량이 사업을 영위하는 주요 자산이다.

은행권의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DT) 추진 바람도 지방은행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은 모바일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없는 100% 비대면 상품을 판매하면서 지방은행의 주 무대인 거점 지역 점유율까지 잠식해 나가는 중이다.

5대 지방은행의 영업점 1개당 평균 대출금은 지난 2018년 1625억8000만원에서 2448억2000만원으로 50.5% 증가했고,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은 2618억5000만원에서 5562억5000만원으로 62.5% 올라 지방은행과 12.5%포인트 격차를 벌렸다.

은행 간 균등하지 못한 생산성 성장세에 시중은행 과점 체제가 심화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 디지털화 확산으로 지방은행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설립 취지에 맞춰 그동안 버텨왔던 영업점 유지비용도 한계 기준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경계가 사라지면, 먹히는 건 규모가 훨씬 작은 지방은행 쪽”이라며 “시중은행의 독과점 체제가 더 심화하지 않도록 지방은행을 비롯한 소형은행의 영업 규제 완화, 신사업 진입 경로 확대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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