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RA) 시장이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지만 증권사 RA 운용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8일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코스콤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RA 프로그램의 총 운용금액은 8049억9000만원이다.
이 중 은행이 5282억1000만원(65.6%)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일부 은행이 사후 운용을 중단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은행에 이어 자산운용사와 자문일임사가 각각 1473억원(18.3%), 1234억원(15.3%)으로 그 뒤를 이었다. 증권사는 60억9000만원(0.8%)으로 전체 비중의 1%도 점유하지 못했다.
성장률도 바닥이다. 통계가 시작된 지난 2017년 8월 이후 증권사의 RA운용규모는 10.9배 성장에 그친 반면 은행과 자산운용사, 자문일임사는 각각 82배, 254배, 31배 성장했다.
현재 RA는 은행 중심의 무료 포트폴리오 추천 서비스가 비중을 크게 차지하고 있고 투자자문형 및 일임형은 MZ세대가 선호하는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증권사에서 RA를 활용하는 경우는 자동 투자 시스템이다. KB증권의 경우 계좌에 남아있는 예수금을 굴려주는 자율주행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증권도 인공지능형(AI) 자동투자 서비스인 ‘PB 플랫폼’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진 RA 운용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구체적인 활용법을 찾지 못한 모습이다.
RA 플랫폼 회사와 제휴를 맺고 있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까진 RA 투자일임 서비스를 이용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은 편”이라며 “차후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보다 RA 접근성을 키우고 질적 요소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A는 인공지능이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개인의 투자성향을 반영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운용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로 단기보다 장기 투자에서 세밀한 운용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분야가 퇴직연금이다. 장기적 예측이 가능한 표본과 데이터가 많아 RA 시스템 사용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는 RA의 퇴직연금 일임 운용에 대해 규제 특례를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RA가 매수, 매도 등의 퇴직연금 일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RA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8일 기준 대표 RA 관련 핀테크 기업 3개 플랫폼(파운트, 핀트, 콴텍)의 제휴 및 서비스 제공 현황을 살펴본 결과 증권사와 은행,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총 25개의 금융사가 RA 관련 콘텐츠를 제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A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RA가 퇴직연금 시장으로 확대되는 만큼 퇴직연금 투자일임서비스 등 퇴직연금 전반에 RA를 기반으로 한 기술개발 및 서비스 제공에 협업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