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전산시스템 완비 역부족
전문가들 입 모아 “재개해야”

2024년 05월 22일 10: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강행한 지난 7개월간의 공매도 금지령이 무색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불법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시간을 번 건데, 기간 내 완비가 어려워지면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투자설명회(IR)에 참석해 “이르면 내달 공매도 일부 재개를 추진하는 게 개인적인 욕심”이라고 밝혔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빌려 팔고 나중에 되사서 갚는 방식의 투자 기법이다. 없는 주식을 먼저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자 지난해 11월 초부터 올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무차입 공매도를 막을 전산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약속과 함께였다.

금감원장의 이번 발언은 전산 시스템 구축이 지연되는 가운데 공매도 재개 필요성을 인지한 의중으로 읽힌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 교수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를 재개하겠다고 하면 지금껏 금지한 의미가 있느냐”라며 “기한 내 전산화가 어렵다는 걸 인정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서 재개하겠다든지 명확한 방안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사견을 밝히는 건 시장의 혼란만 야기한다”라고 지적했다.

당초 시장에선 공매도 금지에 대한 반대가 컸다. 약 반년 만에 공매도 전산화는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큰 걸림돌 중 하나는 기관투자자 각사가 자체적으로 잔고를 관리하도록 하는 ‘대차잔고 관리시스템’ 미비다.

대차잔고 관리시스템 구축 대상 기관은 발행량의 0.01% 또는 10억원 이상인 외국계 21개사·국내계 78개사다. 금감원은 이들이 전체 공매도 거래의 약 92%를 차지해 시스템 구축 시 불법 공매도 차단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는 기관별 자율 가이드라인에 맡기고 있어 대차잔고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법적 의무가 없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11월 6일 공매도 전면 금지 후 제도개선 노력을 기울였지만,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외국계 기업이 공매도 전산화에 협력할 의지가 낮다”라며 “동기부여가 될 인센티브 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공매도 한시적 금지를 두고 일각에서는 표퓰리즘 논란이 일기도 했다.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 표심을 염두에 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는 지적이다.

과거 공매도 금지 조치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위기 등 시장 충격이 심각한 상황에서만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전산 시스템 구축과 무관하게 하루빨리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 박사는 “공매도 금지 목적이 주가 상승인데, 결과적으로 안 올랐잖느냐”라며 “공매도 금지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 주범 중 하나로 공매도를 꼽아왔다. 시장이 불안할 때 특정 종목에 공매도가 집중되면 주가 하락이 가속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전산 시스템 마련이 어려운 현시점에서 더 이상의 금지 연장은 무의미하다”라며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은 크겠지만 공매도를 재개하는 게 경제적 측면에서 합당하다”고 분석했다.

대한금융신문 이연경 기자 lyk@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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