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7개. 국내 시장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수다. 

160조원의 한국 ETF 시장 규모 대비 900개에 달하는 ETF 수는 너무 많다. 단순히 미국 ETF 시장만 봐도 ETF 수는 우리나라의 4배(3696개) 정도지만, 순자산총액(AUM) 규모는 적게 잡아도 1경200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다양한 ETF 상품으로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시장 규모 대비 상품 수가 많은 지금 굳이 소규모 ETF까지 시장에 남겨둘 필요가 있을까.

이날 기준으로 AUM 50억 미만 국내 ETF만 63개다. 전체 상장 ETF의 7%가 상장폐지 위험군인 셈이다. 올해 들어서만 35개 ETF가 상장폐지 됐음에도 여전히 시장엔 소규모 ETF가 적지 않다.  

한국거래소는 신탁원본액(자본금) 및 순자산총액이 50억원 미만 사유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에서 다음 반기 말에도 해당 사유가 계속되는 경우 ETF를 상장폐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운용사가 스스로 상장폐지하지 않는 이상 관리종목 지정 후에도 최소 6개월 이상은 시장에 남아있다는 의미다. 운용사가 자진 상장폐지에 나서면, 보다 빠른 기간 내에 상품 정리가 가능하다. 운용사가 자진 상장폐지에 나서도 투자자는 해지 상환금 등에서 추가적인 피해를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운용사들은 투자자 보호, 투자 상품 다양성 확보 등 여러가지 이유를 들며 신규상장만큼 적극적인 상장폐지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국 ETF 시장의 지속 성장을 위해선 글로벌 투자자금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초대형 ETF가 필수다. 

일례로 한국 전체 ETF 시장 규모를 뛰어넘는 미국 ETF는 9개다. 이들 ETF의 티커명은 한국 투자자에게도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ETF가 있음에도 세제혜택 등 각종 이점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향한다. 규모의 경제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ETF 시장이 커지면서 상품 수가 늘어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정리작업 또한 함께 이뤄져야 한다. 

세계에서도 주목한 한국 ETF의 성장세다. 지나치게 많은 상품은 운용사의 운용 역량 또한 분산시킬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소규모 ETF 정리가 필요한 이유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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