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중 하나는 운용자산 50억↓ ‘상폐’ 충족
개당 AUM 따져보니 美 3.5조 韓 1.6천억
“세계적 ETF 만드려면…소규모 정리해야”

국내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10개 중 1개는 상장폐지 기준에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도 순자산총액(AUM) 10조원이 넘는 초대형 ETF가 나오려면 자투리부터 처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ETF 868개 중 87개(10.1%)가 AUM 50억원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AUM 50억원 미만 ETF는 상장폐지 할 수 있다. 

순자산 50억원 미만 ETF를 가장 많이 보유한 운용사는 총 23개를 보유한 KB자산운용으로 운용하는 전체 ETF 중 18.8%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한화자산운용 16개(25%), NH아문디자산운용 11개(23%), 키움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각각 10개(17%, 11.8%)씩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5일 ‘금융투자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ETF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소규모 ETF 정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KB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은 오는 26일 각각 14개, 2개의 ETF를 자진 상장폐지 할 예정이다. 이들 ETF 모두 AUM 50억원 미만인 소규모 ETF다.
 
당국과 업계가 소규모 ETF 정리 작업에 나선 이유는 국내 ETF 시장 규모에 비해 ETF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현재 미국 ETF 시장의 전체 AUM은 약 1경1500조원~1경200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를 전체 ETF 수(3449개)만큼 나누면 ETF 1개의 평균 AUM은 약 3조4792억원으로 계산된다.   

같은 기준으로 국내 상장 ETF 1개의 평균 AUM은 1682억원으로 미국 AUM 평균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장 규모 대비 국내 ETF 수가 미국보다 20배 넘게 많다는 의미다.

자산운용업계는 추가적인 ETF 상장폐지 계획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다. 하지만 국내 ETF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ETF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정리 작업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800개가 넘는 국내 ETF 중 AUM이 10조원 이상인 상품은 단 한 개도 없다”며 “국내 ETF 시장이 도약하려면 미국의 SPY나 QQQ처럼 세계적으로 알려진 ETF가 나와야 하는데, 이를 위해 소규모 ETF를 정리하는 등 초대형 ETF가 등장할 수 있는 기반 환경을 조성해야한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