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원의 쉽게 푸는 자본시장 19
2024년 10월 7일 10:34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리인하에도 워런 버핏은 주식 매각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9월 FOMC를 통해 4년만에 기준금리를 0.5% 인하했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최근 인플레이션의 안정,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확대가 그 배경이다.
일반적으로 금리인하는 투자 여건을 개선시켜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반인들의 기대와 달리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최근 들어 주식을 대규모로 매각했다.
버핏이 주식을 매각하는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주식시장의 고평가 혹은 과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버핏 지수’(미국 상장주식의 총 시가총액을 명목 GDP로 나눈 수치)가 사상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이 과열되어 있고 불안정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주식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추측된다.
금리 인하의 역습
고금리의 장기화는 경기침체 우려를 확대한다. 미 연준이 고용지표를 예의주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 연준은 통화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정책준칙(Monetary Policy Rule)을 바탕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보다 높거나 실업률이 잠재 수준보다 낮을 때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반대의 경우 기준금리를 인하한다.
우리나라는 한국은행법에서 통화정책의 목표로 물가안정목표제를 규정하여 인플레이션 억제가 우선 목표인데, 미국은 연방은행법에서 연준 통화정책의 목표로 최대의 지속가능한 생산 및 고용, 소비자물가 안정을 규정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첫 번째 목표인 실물경기가 두 번째 목표인 물가보다 중시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는 미 달러화는 세계 기축통화로서 통화가치의 안정이 확보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정책을 폈다. 2016년 이후 몇 차례 금리인상이 있었으나 지속되지 못하고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초저금리 정책을 폈다. 구조적 초저금리화는 저출산 고령화, 기술혁신, 구조적 경기둔화에 원인이 있다고 한다. 저출산 고령화는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낮추고 구조적 경기둔화로 소비와 투자의 위축을 가져오기 때문에, 실물경기의 부양을 위해서는 저금리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2022년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의 금리 인상을 예견하며 다음 위기를 경고한 에드워드 챈슬러는 <금리의 역습>이라는 책을 통해 저금리로 인한 신용거품이 생산성 증가 붕괴, 구매 불가능한 주택가격, 불평등 심화, 금융취약성 등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낮은 금리로 경제를 회복하고 개발한 뒤에는 피할 수 없는 위기가 온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금리 변동으로 인한 투자위험, 채권랩 사태 경험
자본시장에서 채권은 일반적으로 주식보다 안정적인 투자수단으로 알려져 있지만, 절대적인 안전자산은 아니다. 특히 갑작스런 금리변동은 채권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저금리 시대에 증권사들은 안정적인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고수익을 보장하는 채권형 랩어카운트 상품을 대규모로 판매했다. 그런데 미 연준이 2022년 갑자기 연속 4번 자이언트 스텝(0.75%) 금리인상을 단행하자 원금 손실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증권사들은 고객들에게 약정된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자전거래, 연계매매 등 불법적인 운용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금리인하로 현 시점에서 채권투자의 매력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채권투자도 발행인의 신용등급이나, 채권 만기 전 매도 시점의 시장 금리 수준 등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극단적으로 채권 발행인이 부도, 파산하게 되면 원금 손실이 날 수 있고, 장기채는 단기채에 비해 가격이 더욱 민감하게 변동한다. 30년 만기로 발행되는 국채의 경우도 만기까지 매 도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보유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중도매도시 금리변동으로 인한 큰 폭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금감원도 채권투자에 있어 주의를 당부했다.
투자자 자기책임원칙과 투자자보호의무
투자의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를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싶어 한다. 지수를 추종하는 ETF상품을 통한 분산투자, 맞춤형 신탁 상품 또는 일임형 랩어카운트 상품이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품들 역시 시장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여전히 투자위험이 있다.
금융상품을 투자하는 경우 투자자는 자기책임의 원칙상 투자결과에 책임을 지게 된다.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투자자로서는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로 투자결정을 했으면, 이득이든 손실이 든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책임원칙’은 자본시장법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원리이기 때문이다.
한편,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하는 금융상품에 대해 판매회사만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금융상품의 내용, 손익구조, 투자위험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투자위험과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상품이라고 하여 ‘부도위험이 없다’는 등의 단정적인 표현으로 투자를 유도하는 경우 부당권유 및 설명의무 위반으로 자본시장법 위반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5다69853 판결).
금리인하와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기로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자들에게 금융상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투자위험, 향후 시장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정보가 제공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