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 힘든 요구자본량에…
삼성, 1조 넣을시 5%↑ 그쳐
올해도 할인율 강화 등 악재
빅3(삼성·한화·교보) 생명보험사가 한 번 내려가면 돌이키기 어려운 지급여력(K-ICS·킥스)비율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삼성·한화·교보생명의 합산 킥스비율은 181.1%로 3사 모두 배당가능이익 확보를 위한 금융당국의 최소 킥스비율 권고치인 200%를 밑돌았다.
각각 삼성생명 193.5%, 한화생명 164.1%, 교보생명 157.5%(경과조치 전 기준) 등이다.
올해 역시 킥스비율 악화요소가 산재해 있다. 특히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방안이 다음달부터 적용되면서 당장 올해 1분기 킥스비율 하락 역시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대형사의 요구자본량이 워낙 크다보니 킥스비율 1% 올리는데 필요한 자본 역시 상당하다는 점이다.
대형 3사의 작년 3분기 말 기준 요구자본은 각각 삼성생명 24조3469억원, 한화생명 12조4969억원, 교보생명 8조3075억원 등이다. 이를 기준으로 킥스비율 1%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자본은 각각 2435억원, 1250억원, 831억원으로 추산된다.
삼성생명 입장에선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 1조원을 발행해도 킥스비율 상승효과는 5%포인트(p)가 채 되지 못한다. 대형 3사가 현행대비 킥스비율 10%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자본은 4조5000억원 가량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작년 국내 전체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8조6550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대형 3사가 본격적인 자본 확충에 나서면 국내서 조달하긴 어려운 수준의 물량이 쏟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 보험사 리스크 담당 관계자는 “현 제도에서 킥스비율 상승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자본성증권 발행 또는 조정준비금을 통해 가용자본으로 인정받는 보험계약마진(CSM) 확대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형사의 요구자본량이 너무 크다. 신계약 판매에 따른 CSM 유입으로는 감당이 안 될 것”이라며 “올해 대형사서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선다면 해외를 고려할 수 있다. 국내선 감당하기 어려운 물량”이라고 말했다.
올해 역시 대형 생보사의 킥스비율 하락이 예고된 상황이다. 작년 3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킥스비율이 200%를 하회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이달 말께로 예정된 작년 결산 킥스비율 발표 역시 180% 내외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작년 4분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평가손실이 전분기 대비 20% 내외로 확대된 영향이다. 가용자본 하락과 함께 요구자본 내 주식위험액 상승 이중고에 빠져있다.
이미 지난해 11월 진행한 3분기 IR에서 삼성생명은 킥스비율 관리 목표치를 180~190%로 하향했다. 실상 향후 200% 이상의 킥스비율 달성이 어렵다는 신호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한화생명 역시 3분기 IR서 올해 목표 킥스비율 하한선을 금융감독원의 권고 기준인 150%까지 낮췄다. 작년 상반기 밝힌 165%에서 또 한 번 내린 것이다.
결산 시점 반영될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 변동과 함께 올 3월 보험부채 할인율 강화가 겹친 탓이다. 배당제외항목인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 감소를 위한 금융당국의 올해 최소 요구치인 킥스비율 190% 달성 역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교보생명은 지급여력비율 경과조치 신청으로 매년 요구자본이 약 10%씩 증가한다. 실상 매년 10%씩 자본을 늘려야 현재의 킥스비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교보생명은 공통적용 경과조치를 통해 킥스 도입 전 발행했던 신종자본증권을 기본자본으로 인정받고 있다. 콜옵션 도래 시점은 내년(원화 4700억원)과 내후년(외화 약 6400억원)으로, 차환발행 시 기본자본 수준의 자본성을 인정받기 위해 더 강화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