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호 회장 1795억 아껴
오너가 중심 도입 이어져…
밸류업·지배력 수단으로
증권사에 ‘비과세 배당’ 붐이 불고 있다. 금액과 상관없이 주주라면 모두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오너를 보유한 증권사가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모습이다.
4일 한국금융지주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본준비금 4232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결산배당금(2327억원) 규모를 감안하면 앞으로 약 2회 정도 비과세 배당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화증권과 대신증권도 지난달 정기주총에서 해당 안건을 통과시켰고 신영증권은 지난해 6월 이미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상법 제461조의2는 ‘회사는 자본·이익준비금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할 경우, 주주총회를 통해 초과한 금액 범위에서 자본·이익준비금을 감액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받은 배당금은 소득세법 시행령 제26조의3에 따라 배당소득에서 제외돼 과세하지 않는다.
이들 증권사의 공통점은 오너 회사라는 점이다. 최대주주 역시 오너 일가로 구성돼 있어 이들이 비과세 배당의 최대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금융사 중 가장 먼저 비과세 배당을 도입한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2023년 9월 2조15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확보해 현재까지 비과세 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 최대 주주인 조정호 회장(51.25%)은 지난 2023년(2360원)과 지난해(1350원) 결산배당금으로만 약 3626억원을 수령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인 방식의 배당이었다면 금융소득 종합과세(지방소득세 포함)에 근거해 약 1795억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했으나 비과세 배당으로 세금은 0원이다.
일각에서는 비과세 배당이 향후 최대 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절세 효과가 커 지분 강화와 상속세 등 주요 경영권 이슈에도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메리츠금융지주(51.34%)를 제외한 위 증권사는 오너가 지분율이 과반에 못 미쳐 경영권 강화가 요구된다. 최대 주주<표 참고>와 친인척을 포함한 오너 일가의 보통주 지분율은 △유화증권 43.91% △한국금융지주 21.3% △신영증권 20.41% △대신증권 15.54%다.
그럼에도 업계는 비과세 배당이 앞으로 더 많이 활용될 것으로 본다. 주주와 상장사 모두 얻어갈 게 많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과세 배당은 모든 주주에게 실제 배당수익률을 높여준다. 상장사 입장에서도 큰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 기업 가치 제고 수단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며 “법적으로 위법성도 없는 만큼 많은 상장사가 다양한 이유로 비과세 배당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